네트워크 가상화로 장비 의존도·비용↓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으로 오픈랜 기대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입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술 진화는 결국 인간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 탄생을 의미합니다. 기술을 알면 우리 일상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독자들에게 아직은 낯선 기술 용어들. 그래서 뉴스핌에서는 'Tech 스토리'라는 고정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산업부 기자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기업들의 '힙(hip)' 한 기술 이야기를 술술~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5세대(5G) 이동통신도 아직 낯선데 6G가 뉴스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 3사는 일제히 6G 네트워크 진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을 지목하며 관련 기술 상용화에 나섰는데요. 정부도 기술 육성에 적극적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오픈랜 민간협의체도 7월 출범할 예정입니다.
SKT 연구원들이 트래픽 혼잡 상황에 활용하는 솔루션을 테스트 하는 모습. [사진=SK텔레콤] |
이통 3사와 정부가 함께 오픈랜을 외치니 중요하다는 건 알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사용 속도 외에는 기술 발전을 실감하기 어렵죠. 왜 오픈랜이 중요한지 업계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통신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노트북 등 기기를 통신 사업자의 기지국과 연결하는 '무선접속망(RAN)'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오픈랜이란 이 무선 기지국 연결에 필요한 인터페이스와 기지국 운용체계(OS)를 개방형 표준으로 구축하는 기술입니다. 네트워크 자체를 가상화해 장비에 무관하게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되게끔 만든 겁니다.
기존에는 장비 간 호환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통사가 LTE 망 구축에 삼성과 노키아의 장비를 썼다면 이후 5G 망에도 삼성과 노키아의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제한이 생겼습니다. 특정 제조사의 장비를 고정적으로 사용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통신 장비 시장 경쟁도 고착화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그렇기에 이통사는 통신 장비 비용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죠.
오픈랜을 사용하면 각기 다른 제조사의 장비를 이용한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성능은 우수하면서 비용 부담은 줄일 수 있습니다. 기지국을 구축하기 위한 설비 투자 규모도 적어지겠죠. 다시 말해 오픈랜은 통신 장비 시장의 경쟁 활성화와 동시에 특정 장비사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통신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인 겁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6G포럼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05.30 pangbin@newspim.com |
이통3사 역시 오픈랜 가상화와 실증에 열심입니다. SK텔레콤은 오픈랜(O-RAN) 얼라이언스의 6G 연구 그룹 산하의 요구사항 연구반 공동의장을 맡으며 오픈랜 표준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KT는 일본의 1위 이통사 NTT 도코모와 오픈랜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6월 오픈랜 가상화 기지국의 멀티 벤더 연동을 성공시켰습니다. LG유플러스는 노키아, 삼지전자와 실내외의 오픈랜 기술 장비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오픈랜 시장은 아직 글로벌도 초기 단계입니다. 미국 시장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고 유럽 역시 정부 주도하에 망 구축 및 고도화를 진행 중입니다. 한국 역시 주무부처인 과기부를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이 관찰되곤 있지만 속도감은 조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원하는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선 오픈랜의 중요도는 더욱 올라갑니다. 일본 라쿠텐모바일과 같은 제4이통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전략도 클라우드 기반 오픈랜 가상화였기 때문이죠. LTE, 5G 인프라를 따로 설치할 수 없어 설비 투자 비용을 40%나 절감했다고 합니다. 신규 사업자에 가장 큰 부담인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효과있는 제4이통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겁니다.
아직 5G 시장도 불안정하고 오픈랜은 워낙 초기 시장이라 업계에선 5G의 반복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업자들이 5G 망 구축에서 별도의 수익을 내기도 전에 28GHz망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6G도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