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이번에 수익성이 떨어졌는데 이유가 뭐죠?" "연구개발비가 늘었거든요." 제약·바이오 기업을 취재하는 입장에서 실적부진에 대해 위와 같은 대답을 들으면 반갑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연구개발은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담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드는 생각은 방향성에 대한 것이다.
최근 일각에서 해외 유수의 제약사들을 예로 들며 연구개발비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한 매체는 글로벌 업체인 로슈가 19조원을 R&D에 투입한 것과 비교해 셀트리온의 R&D 비용이 4123억원에 그쳤다며 아쉬워했다. 또 다른 매체도 국내 매출 상위 10개사 제약바이오기업 R&D 비용을 합쳐도 로슈의 13%에 그친다며 업계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방보경 산업부 기자 |
하지만 국내에서 13%라는 수치를 100%까지 올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의 규모도 규모지만 보험수가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신약을 출시해도 기대하던 금액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연구개발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잘 갖춰진 복지 시스템은 포기한 채 사기업에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해결책으로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투자를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연구개발에 대한 관심도는 계속해서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적극적인 태도가 코로나 백신을 낳았고, 바이오 업계 전체의 파이를 늘리고 있다. 다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금액을 절대적인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으며,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투자를 할 필요도 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인수합병(M&A) 등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적지 않다. 즉 신약 개발의 공은 바이오텍에 돌리고, 자금 여력이 되는 회사들은 바이오텍에 투자를 단행하는 걸 보다 긍정적으로 조명할 필요도 있다.
전통제약사나 대기업은 처음부터 혁신적인 신약에 뛰어들기에는 위험 부담을 느낀다. 그 사실을 알기에 연구개발이 실패할 경우를 고려해 개발할 물질을 보수적으로 고르기도 한다. 반면 실패 가능성을 감안하면서까지도 마이크로바이옴이나 세포유전자치료제 연구에 뛰어드는 회사들은 대부분 바이오텍들이다. 그러니 대형 제약사들은 바이오텍을 보는 눈을 길러 좋은 곳에 투자하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제약업계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을 꼽자면 LG화학이 아베오를 인수합병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리 한국의 대기업이라도 MSD,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BMS 등과 협력한 바이오텍을 인수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베오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기업이기도 한 만큼 이는 분명 성공적인 투자로 보인다.
시작도 다르고 환경도 다른 글로벌 빅파마마의 전략을 굳이 따를 이유는 없다. '제2, 제3의 로슈'가 아닌 '제1의 K바이오'가 돼 자신만의 비기를 확실하게 다지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비기를 찾기 위해 투자금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는 투자 방향성과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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