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계열사 주식 저가 매도 혐의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매도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첫 재판에서 재판부가 검찰에 저가 기준 등을 포함해 공소장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허 회장 등은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적정가액 1595원에 대해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소의 핵심은 저가 매도인데 저가는 상대적 개념이 아니냐. 적정가액을 어떻게 산정한 것인지 설명을 해줘야 재판부가 심리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공소장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대검 회계분석관이 산정한 것으로 객관적 방법에 따라 계산했다"고 하자 재판부는 "대검 회계 전문가는 수사기관에 속해 있어 지위가 중립적이지 않다"며 "전문가적 시점으로 주가를 해석하고 평가해야 하는데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허 회장 측도 "통상적으로는 다른 기관에서 평가한 것을 가지고 가격을 산정하는데 저희는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자체 산정한 것을 근거로 기소한 점이 당황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주식 저가 매도가 아니었고, 주관적으로 고의성도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얻은 이득이 없다"며 피고인들 모두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준비기일을 한 차례 속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5월 23일에 열릴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에서 SPL 직원 사망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 발표 및 재발방지 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0.21 hwang@newspim.com |
검찰에 따르면 허 회장 등은 지난 2012년 12월 SPC그룹 총수 일가의 증여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해 SPC의 계열사인 밀다원의 주식을 SPC삼립에 저가 양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밀다원의 주식을 삼립에 저가 양도하면서 '샤니'는 58억1000만원, '파리크라상'은 121억6000만원의 주식처분 손실을 입은 대신 삼립은 총 179억7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개정되면서 지배주주에게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을 증여로 의제해 과세하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가 신설된 때로 밀다원의 주식을 매도하지 않으면 총수 일가에게 매년 8억원 상당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였다.
이에 검찰은 허 회장이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급하게 주식 저가 양도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밀다원 주식 양도로 허 회장 등이 절감한 비용은 약 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샤니 소액주주들은 2020년 10월 저가 양도 등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허 회장 등 SPC그룹 총수 일가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고 SPC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한 뒤 지난해 12월 허 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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