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포토에세이] '띠띠미마을' 산수유 고샅길 걷기만해도...밀려오는 봄향과 고요

기사입력 : 2023년03월26일 10:32

최종수정 : 2023년03월26일 10:32

[봉화=뉴스핌] 남효선 기자 = 3월 마지막 주말인 25일 하늘은 잔뜩 흐리고 뿌옇다. 전날부터 한반도를 뒤덮은 황사가 기승이다.

코로나19로부터 3년만에 일상이 비교적 자유로워지고 산천에 참꽃이며, 산수유며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꽃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코로나19에 짓눌렸던 일상을 펴고 새 봄 속으로 떠날 채비를 서두르는데 황사가 또 길을 막는다.

경북 북부의 산중에 자리한 봉화 '띠띠미마을'은 산수유마을이다.

띠띠미마을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 도로 주변에 산수유나무가 노오란 꽃망울 터트리며 길손들을 맞는다. 도로명도 '산수유길'이다.

띠띠미마을의 본래 이름은 '후곡(後谷)' 또는 '두동(杜洞)'이다.

마을의 역사는 4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조선 병자호란 당시 개절공(介節公) 두곡(杜谷) 홍우정(洪宇定,1595~1656)선생이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정착해 마을을 열었다.

병자호란으로 오랑캐에게 앗긴 수모를 견딜수 없다며 이 곳에 은거한 두곡선생을 세인들은 '숭정처사(崇禎處士)'라 칭했다. 조정에서 벼슬을 제수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순조는 이조판서를 추증하고 '개절(介節)'의 시호를 내렸다.

두곡 홍우정의 어머니는 허난설헌의 오라버니이자 허균의 형인 허성의 따님이다. 허성은 이조판서를 지냈다.

'띠띠미'라는 이름은 '후곡'을 부르는 '뒷듬'에서 비롯됐다 전한다.

마을은 문수산이 뻗친 구릉에 자리잡고 있다. 구릉의 볕 바른 곳에 가옥이 형성되자 자연스에 집과 집을 잇는 고샅길이 생겼다.

언덕에 자리한 집들을 잇는 고샅길이 정겹다. 고샅길은 집을 둘러싼 토담들을 끼고 마을 사방으로 이어진다.

사방으로 이어지는 고샅길을 따라 산수유나무가 분방하게 뿌리를 내리고 마을을 껴안 듯 감싸안고 있다.

모두 제 멋대로 가지를 뻗치고 샛노란 꽃망울 터트리느라 분주하다.

마을을 연 두곡 홍우종 선생이 마을의 번창과 후손들을 위해 처음 심었다는 시조목(始祖木) 두 그루도 400여년이 지난 세월에 굴하지 않고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향을 풀풀 날리고 있다.

두곡 선생이 산수유나무 두 그루를 심고 마을 연 띠띠미마을은 400여년이 흐른 지금도 남양홍씨 집성촌을 이루며 자신의 가계와 마을을 먹여살린 산수유나무를 자식처럼 건사하고 있다.

홍우정 선생의 호 '두곡(杜谷)'에서 읽히듯 당시 조선의 어지런 정계를 비집고 벼슬만을 쫒던 무리들과는 달리 문수산 자락 막다른 구릉에 은거하며 후손을 위해 산수유나무를 심고 거둔 홍우정 선생의 출세간(出世間)의 결연한 의지가 시조목에 고스란히 배어있는 듯 하다.

한 무리의 가족이 어린 아이들을 데불고 고샅길 산수유 노란 물결 속으로 들어선다. 아이들의 표정이산수유 노오란 꽃망울처럼 환하고 맑다.

연인인 듯 젊은 남녀가 연신 산수유꽃망울을 배경으로 손전화 카메라를 눌러댄다.

고샅길마다 노란 산수유 물결을 좇아 분주한 일상을 훌훌 벗어던지고 달려 온 사람들의 발길이 여유롭다.

고샅길을 따라 걷기만하는데 마음 가득 봄향이, 정갈한 고요가 밀려든다.

봉화 산중마을의 봄은 조금 드디게 온다. 띠띠미마을 봄의 절정은 4월부터 시작된다.

띠띠미마을을 먹여살린 산수유나무가 4월에야 비로소 속살을 활짝 열기때문이다.

이 때를 맞춰 봉화지역의 문인과 음악인 등 에술인들은 이곳 띠띠미마을 산수유 꽃더미 속에서 '산수유 신춘 시 낭송회'를 연다.

올해는 4월 첫 주말인 1일에 열린다.

산수유 노란물결을 타고 지역 시인들이 시를 들려주고 음악 동호인들이 섹스폰이며 바이올린 선율로 새 봄을 선사한다.

마을로 오르는 중턱 쯤 마을 아낙들이 그릇을 씻고 나르며 분주하다.

마을 한 켠 빈터에 비닐하우스를 두르고 간이 주막거리를 만들었다.

마을 곳곳에서 돋는 쑥, 머위, 달랑갱이, 원추리 따위의 봄나물과 집고추장으로 버무린 비빔밥과 쪽파, 유채, 감자로 지져낸 부침개, 추어탕, 막걸리가 대표 메뉴이다.

400여년 간 띠띠미마을을 지키며 아낙들이 대를 이어 간직해 온 맛이 봄향과 함께 오롯이 전해온다.

 

산수유 노란물결에 뒤덮힌 오래된 마을에서 산수유 꽃망울이 선사하는 봄향에 취해 사람살이 곡절과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켜켜히 쌓여 있는 고샅길을 거닐다가 마을을 나선다.

마을 어귀 쯤 문득 되돌아 보니 띠띠미마을은 막 알에서 부화해 첫 걸음마를 익힌 노란 병아리떼가 재잘거리는 닭둥우리같다.

nulcheo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첫 미국출신 교황… 즉위명 '레오 14세'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미국 태생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70) 추기경이 8일(현지시간) 제267대 교황에 선출됐다.  가톨릭 역사상 미국인 교황이 탄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바티칸 교황청은 새 교황의 즉위명을 '레오 14세'라고 발표했다. 가톨릭에서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뜻한다.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8일(현지시간) 교황에 선출된 레오 14세. [사진=로이터 뉴스핌] 레오 14세는 선출 공식 발표 직후인 오후 7시 20분쯤 바티칸시티 성베드로 대성당 2층 '강복의 발코니'에 등장해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감정이 북받힌 듯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탈리아어로 말한 그의 첫 마디는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하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었다. 그는 이어 "이 평화의 인사가 여러분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여러분의 가족과 모든 사람, 어디에 있든, 모든 민족, 그리고 온 세상에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실시된 콘클라베 이틀째 투표에서 교황으로 선출됐다.  전 세계 70개국에서 모인 133명의 추기경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는 후보를 탄생시키기 위해 투표를 계속했다.  오전에 실시된 두 차례 투표에서는 선출이 무산됐다. 오전 11시 50분쯤 시스티나 예배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추기경단은 오후 4시 투표를 재개했다. 오후 두 차례 투표가 끝나고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던 오후 6시 8분쯤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어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장엄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후 7시 10분쯤 선임 부제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이 성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나와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치며 새 교황의 탄생을 알렸다.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는 1982년 사제로 서품했다. 이후 성직자로서의 경력 기간 대부분을 남미 페루에서 보냈다. 2015~2023년까지 페루 북서부 치클라요에서 주교로 재직했다. 2015년에 페루 시민권을 취득했기 때문에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소속이다. 이 수도회가 교황을 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23년 그를 추기경으로 임명하고 교황청 주교성 장관에 앉혔다. 신임 주교 선발을 관리·감독하는 자리이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그의 개혁정책 추진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프란치스코 교황 시절 갈등이 심했던 보수와 진보 세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그가 첫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얼마나 흥분되는 일이고,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영광인가"라며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 매우 의미있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ihjang67@newspim.com   2025-05-09 04:20
사진
김문수,대선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 [서울=뉴스핌] 최수아 인턴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법원에 대통령후보자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 후보는 이날 KBS에 출연해 "대통령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합법적인, 정당한 절차를 거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인 제가 있는데 지금 무소속 한덕수 후보하고 빨리 단일화를 하라고 한다"며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05.08 yooksa@newspim.com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는 10일 또는 11일 제6차 전당대회를 소집한다고 공고했다. 당 지도부는 오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 후보 등록이 마감되기 전 단일화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서울남부지법에서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신청한 '전당대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이 진행됐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김 후보에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연다고 보고 있다.  김 후보는 현재 단일화 문제로 당 지도부와 갈등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가해 "무소속 등록도 안하겠다는, 입당도 안하겠다는 그런 사람을 상대로, 유령과 단일화하라는 이것은 올바른 정당민주주의냐, 저는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geulmal@newspim.com 2025-05-08 17:1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