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더페이지갤러리, CEVIGA Rainbow Body전
무의식 상태서 요동치듯 그려낸 추상작업 40점
"캔버스는 영혼의 인큐베이터"라 고백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분출하는 듯한 추상 페인팅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각광받는 세비가 프람(b.1960~)이 서울서 개인전을 연다. 서울 성수동의 더페이지 갤러리(대표 성지은)는 'CEVIGA : Rainbow Body'라는 타이틀의 전시를 지난 2일 개막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세비가 프람 'Spiral Shelter Bloom', 2022. oil on canvas, 165x135cm [Photo by Joel Moritz, Courtesy of The Page Gallery] 2023.03.04 art29@newspim.com |
미국및 영국 등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세비가는 이번 전시에서 강렬한 추상화와 조각 등 신작 40여 점을 선보인다. 세비아는 2022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팬데믹을 투영한 작품을 선보여 서구 미술계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세비가의 작업은 무의식, 즉 초자아 상태에서 그려낸 역동적인 붓질의 추상화다. 그의 작품은 열정적이고 행복한 파동이 만들어내는 내밀하면서도 신비스런 풍경이다. 작품 속에 에너지가 가득하고, 오묘한 판타지가 압도하듯 꿈틀대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세비가 프람 'Light of resonance', oil on canvas, 220×180cmx3 [Photo by Joel Moritz, Courtesy of The Page Gallery] 2023.03.04 art29@newspim.com |
세비가 프람은 한국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덴마크를 거점으로 미국, 영국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한국계 작가로 본명이 백경옥인 그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뉴욕및 런던에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순간에 찬사를 바치는 강력한 그림'으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이번 서울 전시에는 '소금설탕(Saltsugar)'시리즈를 필두로 'Spiral Shelter', ' Sunshine Soul' 시리즈가 출품됐다. 재치 있는 소제목으로 이름이 붙여진 'Rainbow Body' 조각 연작도 나왔다. 제목은 각기 다르지만 세비가는 혀 끝으로 소금과 설탕을 탐닉하듯 영감이 오는 순간에 집중적으로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캔버스는 영혼의 인큐베이터다"라고 말하는 세비가는 1990년 뉴욕 미술계에 첫발 디뎠다. 이후 1998년 파리와 뉴욕, 워싱턴에서 열린 개인전이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에 특집으로 다뤄지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세비가 프람 'Saltsugar1', 2022. oil on canvas, 165×135cm [Photo by Joel Moritz, Courtesy of The Page Gallery] 2023.03.04 art29@newspim.com |
뉴욕 화단 데뷔 초기 세비가는 예술적 발전을 이룰 순 있었으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경제적으로 심한 압박을 받던 상황에서 환각성 장애까지 앓아야 했기 때문이다. 증세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었던 작가는 가까이서 구할 수 있는 커피 찌꺼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국 사회의 마이너리티이자 비서구권 여성으로 경험한 뉴욕의 문화적 체험과 팍팍한 삶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세비가는 내면의 격렬한 소리를 화면에 담아왔다.
세비가의 독특한 추상은 세포, 외계식물, 열매, 인체 등 다양한 것들을 연상시킨다. 그 속에는 작가의 철학적 관점이 담겨 있다. 대표작인 '소금설탕' 시리즈는 미세한 결정들이 용해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동시에, 삶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Spiral Shelter' 시리즈에서는 내면의 파동이 더욱 두드러진다. 내적 세계와 외부 세계의 충돌이 작가의 예술적 필터를 거친 후 캔버스 위에 강렬하게 펼쳐진다. 뚜렷한 제스처와 선명한 색으로 가득한 표면 아래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가의 의식과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내포돼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세비가 프람. [이미지 제공= The Page Gallery] 2023.03.04 art29@newspim.com |
밝은 색조와 어두운 색조가 공존하는 'Sunshine Soul' 시리즈는 작가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기질의 변화를 투영한 것이며, 최근 시리즈인 'Rainbow Body' 조각은 페인팅을 구성하는 모티프들이 입체로 매핑된 것이다.
영국 테이트 모던, 미국 구겐하임미술관 큐레이터를 역임한 미술사학자 플라비아 프리제리는 "세비가에게 모든 그림은 행복이든 슬픔이든 마음의 상태가 투영된 것이다. 붓질 하나 하나가 존재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녀의 존재는 그녀의 회화적 산출물과 하나가 된다"고 평했다.
작가는 "허공에 무지개가 나타나듯 찰나에 빛나는 진정한 나의 모습을 관람객들이 모두 발견했으면 한다"고 했다. 'CEVIGA: Rainbow Body'전은 더 페이지갤러리 이스트(EAST)관에서 오는 4월 15일까지 진행된다. 무료관람이나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art2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