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우산·양말·장갑 평소보다 많이 팔려
평소보다 10분 일찍 집 나서 '힘겨운 출근길'
[서울=뉴스핌] 조재완 조민교 신정인 기자 = 26일 오전 서울에 함박눈이 쏟아져 도심이 하얗게 뒤덮였다.
이날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출근 시간대인 오전 9시 넘어서도 계속 쏟아졌다. 현재 서울 전역엔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 양이 5cm 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최대 7cm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26일 오전 서울 지하철 시청역 인근 건물에서 한 시민이 제설 작업을 하고 있다. 2023.01.26 allpass@newspim.com |
패딩점퍼에 모자, 털부츠로 중무장한 시민들은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으면서도 발길을 재촉했다.
아찔한 장면도 목격됐다. 이날 오전 7시 50분께 서울 지하철 시청역 4번 출구 인근에서 발을 내딛던 직장인 박병호 씨(60)는 얼어붙은 빙판길에서 잠시 휘청였다. 박씨는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다시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서울 덕양구 향동에 거주하는 박씨는 을지로 3가 방면으로 출근했다. 그는 "눈이 많이 온다길래 평소보다 10분 정도 일찍 집을 나섰다"며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출근하는데 평소보다 사람들로 붐빈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인 박씨 자녀들도 이날 자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각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양재역 방면 버스를 기다리는 직장인 박수연 씨(29)는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나올걸 그랬다"며 "그렇잖아도 날이 추운데 미끄러질까봐 발에 힘을 주고 걸었더니 온몸이 경직됐다"고 말했다.
박씨가 올라탄 452번 버스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어보였다. 운전기사가 우산에 묻은 눈을 털어내고 버스에 탑승해달라고 요청하자 박씨를 비롯한 승객들은 옷에 묻은 눈까지 털어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대설주의보가 내린 26일 오전 8시 시민들이 패딩점퍼에 모자, 머플러 등으로 중무장해 길을 걷고 있다. 2023.01.26 mkyo@newspim.com |
오전 8시 10분경 눈발이 점차 굵어지자 우산을 쓰지 않고 걷던 시민들도 하나 둘 우산을 펴기 시작했다. 차들도 속도를 내지 않고 서행했다.
김모 씨(57)는 일명 '붕붕이'로 불리는 제설장비를 들고 눈을 치우느라 진땀을 뺐다. 새벽에 출근해 두시간 가까이 제설작업을 한 김씨 얼굴은 빨갛게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김씨는 "오전 6시 30분부터 계속 눈을 치우고 있다"며 "눈이 워낙 많이 와서 하루종일 이 작업을 할 것 같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편의점에서 우산과 따뜻한 음료를 사는 시민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 내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신혜 씨(33)는 평소보다 가게 문을 일찍 열었다. 김씨는 "우산과 양말, 장갑이 오전에 많이 팔렸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판교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석희 씨(32)는 "길이 많이 막힐 것 같다"며 "평소보다 일찍 집에서 출발했는데도 직장 도착 시간은 비슷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길이 더 막히면 안 되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3시 20분 서울 서남·서북권에 대설주의보를 발효한 데 이어, 오전 8시 10분 서울 동남·동북권에도 대설주의보를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9시 30분 기준 인천과 경기서해안, 충남서해안에도 시간당 1~3cm 눈이 내리고 있고, 충남과 충북에도 시간당 2~3cm 눈이 쏟아지고 있다.
전북과 경북북부내륙·경북북동산지까지 눈 내리는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전남과 경상내륙지역에는 밤부터 눈이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수도권은 늦은 오후부터 눈발이 잦아들 전망이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