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무순위 청약에 다주택자 허용...1년9개월만 규제 정상화
현금부자 및 1주택자 갈아타기 등 수요 증가 기대
서울·브랜드 아파트 선호도 1순위...미분양 급감은 제한적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시 누구든 자유로운 신청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나서면서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다주택자의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을 비롯해 서울 노른자위 입지의 미계약 아파트에 청약 문턱이 낮아진 만큼 현금 부자를 중심으로 주택 매수세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다만 최근 공급한 단지의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지역·입지에 따라 온도차가 극명하게 엇갈릴 여지가 있다.
◆ 1년9개월만 규제 정상화...서울 주요단지 계약률 개선 기대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내달부터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서 보유 주택 수와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도록 신청 자격이 대폭 완화되면서 다주택자의 지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의 분양 당시 견본주택 모습.<뉴스핌=윤창빈 기자> |
무순위 청약의 문턱을 낮춘 이유는 주택 거래시장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의 확산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5만8027가구로, 전월 대비 22.9%(1만810가구) 급증했다. 미분양이 한 달 만에 1만가구 넘게 늘어난 것은 2015년 12월(1만1788가구) 이후 6년 11개월 만이다.
미분양 아파트의 확산은 건설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 분양사업 수익성이 악화되면 건설사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막혀 신규 주택사업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특히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지방 건설사의 타격이 더 크다.
주택 수요자로서는 줍줍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현금 여유가 있어도 청약으로 주택을 매입하기 어려웠다. 2021년 5월부터 당첨 포기나 계약취소 등으로 발생하는 미계약 물량은 무주택자만 신청 가능했기 때문이다.
일단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에 현금 부자의 관심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 이달 공급한 일반분양 4768가구 중 1400여 가구가 미계약됐다. 모집 정원의 5배수로 예비당첨자를 가린 후 여기서도 미계약이 발행하면 무순위 청약에 들어간다. 다주택자는 무순위 물량이 나오면 지원할 수 있다. 서울 거주자가 아니어도 청약 가능하다.
향후 주택시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유주택자는 분양 아파트를 손쉽게 매입할 기회다. 선분양 단지는 공사기간이 3년~3년6개월 정도다. 입주 때 시세가 분양가격보다 높게 형성하면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과거 서초구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등도 분양 당시에 고분양가 논란, 시장 침체로 대거 미분양됐지만 이후 시장 회복기에 진입하면서 강남권 대표 단지로 올라섰다.
◆ 고금리, 경기침체 우려에 미분양 급감은 제한적
무순위 청약에 다주택자의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미분양이 대폭 감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금리 기조 및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서울을 포함한 핵심 입지에 수요자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이외 지방까지 투자수요가 몰리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주요 단지의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높다는 점도 청약시장 회복을 짓누르는 요인이다. 주택시장 침체로 주요 아파트의 시세가 최고가 대비 30~40% 하락한 단지가 적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비싸다는 인식이 많다. 대출이자 부담이 여전히 크고 집값이 추가 조정될 것이란 심리가 확산하는 것도 투자수요 반등을 제약하는 부분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무순위 청약에 거주요건, 주택 수 등의 기준이 완화되면서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현금 부자 또는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고금리 부담이 여전하고 경기침체 우려, 추가적인 집값 하락 가능성이 있어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의 급감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