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과 불만으로 내전이 발생할 조짐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15일(현지시간) 러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대령 출신이자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친러 군사령관을 지냈던 군사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기르킨은 우크라이나 내무부 보좌관이 트위터에 공유한 동영상에서 내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내전이 발생하면 "수백만명의 사상자와 함께 국가는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의 안톤 게라시첸코 보좌관이 15일 공유한 동영상. 영상 속 왼쪽에 앉아 있는 인물이 러 군사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이다. [사진=트위터] |
트위터 영상 속 군복을 입은 다른 인물은 "내전에 대해 듣고 싶지 않다.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기르킨은 "내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는 단 사흘 만에 우리나라를 끝장낼 수도 있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기르킨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고 러시아에서 인기 군사 블로거로 활동 중이다.
러시아 민족주의자인 그가 내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만은 아닐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뉴스위크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를 침공한 이래 군사물품 부족과 군 사기 저하를 겪고 있고 일각에서는 군사 지도부 내 분열을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 의원을 지냈고 현재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 중인 마르크 페이긴은 지난해 10월 뉴스위크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쟁에 패배하면 권력 찬탈을 두고 '유혈(bloody)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알렸다.
당시 페이긴은 "(내전 발발 여부는) 이번 전쟁이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크게 달렸다"며 "우크라가 크림반도까지 수복하지 못해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를 완전히 해방하는 데 성공한다면 푸틴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정권 교체의 가장 쉬운 방법으로 러시아 엘리트층의 정권 교체 결심을 꼽았다. 그는 "러시아 내 지도층이 마음 속으로 결정하고, 이들이 푸틴을 대체할 지도자로 서방과 협상할 수 있고 전쟁을 종식시킬 초기 계획을 설계할 인물을 선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FSB 관계자가 망명한 반체제 인사 블라디미르 오세치킨에 보낸 이메일이 유출되면서 러시아 내 심상치 않은 내전 조짐이 드러났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이메일에는 FSB 내부에서 러 내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전쟁의 피로감으로 "모스크바 시민들은 공포의 심연으로 빠지고 있고 내전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달 21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라트비아 매체 '더인사이더'는 러 연방 경호부대(FSO)가 쿠데타 발생시 푸틴의 경호요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에 대한 특별훈련을 계획하고 있고 러 크렘린궁이 최근 주변 보안을 강화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바시코르토스탄공화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3.01.13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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