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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③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기사입력 : 2023년01월18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3월29일 08:33

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미디어연구소에서는 1997년 이후부터 매년 스웨덴의 공공기관과 시장 주요 행위자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해 발표한다.

작년까지 총 25회 연속으로 진행되어 연구자 뿐 아니라 스웨덴의 각 기관들은 매년 여론조사가 발표될 때마다 큰 관심을 갖는다. 각 기관들의 한 해 동안의 활동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도의 최근 변화를 보면 병원과 의료기관이 최고의 높은 점수를 받고 있고, 경찰, 대학, 법원, 중앙은행, 국가, 의회의 순으로 높은 신뢰도를 보여준다.

2022년은 코로나 이후 일상으로의 복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에너지 위기 및 원자재 수급의 불안으로 야기된 물가상승, 그리고 시중금리 인상 등으로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위기의식과 경제적 불안이 가중되었지만, 관련기관들의 비상관리 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꾸준하게 유지된 국민들의 노조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다. 22퍼센트 수준으로 가장 낮았던 2016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22년 조사에서는 스웨덴 교회와 동일한 수준의 신뢰도를 보여주고 있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스웨덴 교회는 2000년부터 국가와 분리되었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어렵고 힘들 때 기대고 찾아가는 중요한 사회적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이런 기관과 나란히 어깨를 하고 있는 것이 노조인 셈이다. 2022년 국민들의 노조에 대한 신뢰도는 정당, 대기업, 은행들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노조를 긍정적인 시장주체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지표다.

스웨덴 국민들의 노조에 대한 신뢰는 특별하다.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 갈 경우 국민들의 일반적 시선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인다. 직장동료들과 이웃들과 이야기 할 때 노조파업에 대해 물어 보면 "그럴 이유가 충분히 있겠지"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대다수다. 3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중앙임금교섭 기간 동안 양측의 임금인상안에 대한 입장차이가 현격히 클 때 국민들은 협상이 결렬될 것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다.

작년 7월 항공조종사와 승무원 들이 여행자유화가 재개되어 항공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코로나 때 해고된 직원의 재취업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14일간 총파업에 들어갔을 때도 큰 동요 없이 지나간 것이 단적인 예다.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왜 하필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이 처음 즐기는 여름 휴가기간 동안 총파업에 들어 가느냐는 비난과 불평의 목소리도 들리기도 했지만 노조의 총파업을 노동자의 권리로 받아들이는 일반적 시각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웨덴 노동자의 대다수가 노조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전국노동자 총연합회 (스웨덴 노총, LO)의 자료에 의하면 사무직(74%)과 육체노동자 (61%) 들의 노조가입율은 2022년 평균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10명 중 7명이 노조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는 노조에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노조가입율이 80년대까지 95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높았지만 1990년대 들어 노조원들의 실업기금에 대한 세금공제제도를 폐지한 우파정권의 정책에 따라 노조이탈이 빠르게 진행되어 지금은 70퍼센트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국제 비교에서는 여전히 OECD 국가 중에서 덴마크와 함께 가장 높게 나타난다.

그렇다 보니 노조의 권력이 정말 막강하다. LO에 가입된 14개 직능별 노동가 한꺼번에 총파업을 한다면 스웨덴의 경제는 완전 정지하게 될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한 번도 전체 14개 직능단위 노조의 동시 파업이 진행되지도 않았고, 아예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90퍼센트가 넘는 단체협약 적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협약은 중앙임금교섭 단체인 LO와 사측대표인 고용주단체(Svenskt näringslit, SN)가 공식적으로 3년마다 진행되는 단체협약을 사전 협의하는 모임이 1년에 2번씩 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비공식적 만남도 수시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직능단위별, 직장별 임금협상은 중앙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중요한 근거로 사용된다. 노사 간의 평화적 관계와 대화를 통한 임금협상의 틀이 오래 전부터 잘 작동하고 있어 코로나와 같은 특수상황을 제외하고 스웨덴에서 노동자 전국총파업은 극히 드문 이유다. 2023년 새롭게 진행될 임금단체협약이 450개가 예정되어 있고 이미 물밑 협상이 진행 중에 있는 것을 보더라도 얼마나 치밀하게 임금협상이 사전에 준비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출처:스웨덴 중재위원회 홈피, mi.se).

스웨덴에서 노조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보다도 노조가 노동자의 노동환경개선과 임금협상, 정리해고시 단일협상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해소, 남성과 여성노동자간의 임금격차축소, 업종 간 임금격차의 해소, 파견직 근무자의 동일 임금적용과 노동환경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명실공 모든 노동자의 대표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임시직 단기고용 노동자의 경우도 노조에 가입에 적극적이다.

출처=게티이미지

하지만 스웨덴 노사관계는 노조운동 과정에서 피까지 흘린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931년 오달렌(Ådalen) 총파업 때 동원된 군부대의 발포로 임산부까지 포함된 파업참가 노동자 중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노사분규가 폭력과 탄압으로 잇따랐다. 몇 년 전 상영된 "아, 오달렌" 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노사관계를 비극을 다시 한 번 현대적으로 조명해 보는 계기가 될 정도로 역사적 의미가 컸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세계적 대공황으로 인한 실업과 파업문제, 직장폐 등 폭력적이며 비생산적인 대립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상생과 변화의 길로 들어서게 된 신호탄이 되었다. 노사 간의 대화는 1930년 기간 동안 정부의 압력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되다가 마침내 1938년 살트쉐바덴 협약(Saltsjöbadsavtal)이라는 역사적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노사 간의 모든 문제는 국가의 중재와 개입 없이 노사 간의 협상창구를 통해서만 해결해 나간다는 대원칙에 따라 지금까지 85년간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살트쉐바덴 노사평화체제의 핵심은 임금, 노동환경, 고용, 해고 등 노사문제는 국가의 도움 없이 노사 간 해결한다는 원칙에 대한 합의라 할 수 있다.

스웨덴의 노조가 스웨덴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또 다른 계기는 바로 연대임금제에 있다. 1951년 노조 경제수석 연구원이었던 두 사람, 스테판 렌(Stefan Rehn)과 루돌프 마이드너(Rodolf Meidner)는 노동자간 동일노동-동일임금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노동자간의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전국노총회의에서 정식으로 제안해 실시하기 시작했다. 당시 2차 대전 이후 대호황을 맞았던 대기업 볼보, 사브, 에릭손, ASEA, SKF, 알파라발 등 금속노조가 몸 담았던 대기업 소속 노조원들의 임금인상은 자제하고 중소기업과 하청업체 금속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집중적으 관리함으로서 노동자간의 임금격차가 현격히 줄어드는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이와 함께 서비스직, 목재산림노조, 건설노조 등 저임금 노조의 임금인상을 우선적으로 관철하는 임금협약을 사측과 논의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기득권을 가진 대기업 소속 금속노조는 중소기업과 하청기업의 동일노조 소속 저임금을 인상하는 효과와 함께 저임금 직능 소속 노조원의 임금인상을 동시에 이끌어내 노동자간 임금격차를 빠르게 줄여 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 낸 셈이다. 당시 특권노조인 금속노조의 양보로 노동자간의 임금평등이 빠르게 진행되어 전국노동자의 삶이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LO 내 두 젊은 수석경제연구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연대임금제는 노조에게는 사회적 존중과 인정이라는 날개를 달아 주었고, 스웨덴 기업들에게는 사회적 책임성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대기업의 경우 연대임금제 적용으로 노동자의 임금인상분 만큼 자금의 여력이 생겨 연구와 재투자로 기업생산성이 개선되어 경쟁력이 그만큼 더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이 연대임금제의 정신은 여전히 남아 임금중앙교섭에서부터 직장교섭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 내에서도 중앙임금교섭 결과 나온 가이드라인을 존중하고, 대학 측과 교수 및 직원 측의 대표들이 임금인상에 대한 예비합의를 본 후 마지막 최종합의는 개인 간의 편차, 남성-여성 간의 편차, 장애인-비장애인 편차 등의 다양한 고려사항이 관철된 이후 이르게 된다. 이렇게 1950년대의 연대임금제의 정신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스웨덴 노조가 스웨덴 국민의 존경을 받는 또 이유로 노조간부들의 특권배제 정신을 들 수 있다. 퇴임하는 직장노조위원장은 아직 정년에 이르지 않았을 경우 원래 소속 직장의 평노조원으로 돌아가 이전에 했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내가 만난 전직 노조위원장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된 사실들이다. 위원장 출신이 어떻게 다시 평노조원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어색할 정도 도리어 당연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 올 때는 당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노조위원장들이 이렇게 권위와 특권을 내려놓는 전통은 노조에 대한 존중과 인정으로 사회 저변으로 퍼지게 된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출처=게티이미지

마지막으로 노조가 사회적 존중을 받는 또 다른 이유를 기업에 대한 파트너로서의 존중과 인식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연대임금제를 실천했던 아르네 베이에르(Arne Beijer, 1956-1973) 전직 노총위원장은 그의 자서전에서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고용자 측 의장을 한 번도 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적고 있다. "고용주 단체장은 스웨덴 경제의 중요한 동반자이자 나의 건설적인 협상대상자였다"는 베이에르의 독백은 스웨덴 노사평화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주고 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베이에르의 독백은 내가 LO와 SN을 방문할 때마다 확인해 보는 단골 질문이었다. 하지만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노사 간의 인정과 존중은 스웨덴 모델의 전통에 이미 각인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2022년 6월 22일, 스웨덴 노총(LO)과 사무직 노조(PTK) 그리고 고용자연맹(SN)은 살트쉐바덴 조약이 맺어진지 84년 만에 새로운 노사 간 조약에 서명한 날이다. 제4차 산업의 도래로 산업구조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업이 산업 구조재편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교육을 통한 재취업의 기회와 지원을 명확하게 규정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즉 1973년에 제정된 고용안정법이 이미 50년이 지났고, 제4차 산업이 진행되는 국내 및 국제적 경제 환경 속에서 더 이상 개혁을 늦출 수 없다는 현실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조약은 2022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어 스웨덴의 새로운 산업재편을 빠르게 진행시키면서도 노동자의 취업보장과 교육, 재정지원 등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노사 간 win-win을 안겨준 중대한 협약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조가 사회적 존중을 받는 국가는 사회갈등이 낮고, 국민 삶의 만족도가 높으며, 사회 저변에서 상호 간의 신뢰를 높게 한다. 노조가 기업과 함께 사회를 떠받지는 중요한 한 축으로 사회적 책임을 온전히 떠안을 때 국민의 존중을 넘어 국가발전에 날개를 달아 주게 된다는 것을 스웨덴은 보여주고 있다. (기업이 스웨덴 국민에게 신뢰를 얻게 된 배경은 다음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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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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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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