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루한 차림새로 유람하는 '주유 폐포파립' 제목으로
몽골 미국 이탈리아 독일 제주 등을 그린 수채화 출품
조선 선비들의 '시서화일체의 길'을 꿈꾼 여정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재)한국도자재단의 상임이사인 장동광 씨(62)가 지난 21일부터 서울 삼청로의 공근혜갤러리에서 수채화 개인전을 열고 있다. 한국도자재단의 사업총괄단장이자 전시기획자로 활동 중인 장 씨는 '주유·폐포파립(周遊 幣袍破笠) 장동광의 수채화여행'이란 타이틀 아래 지난 10여년간 국내외 곳곳을 돌며 그린 수채화들을 공개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장동광, '한국 경사리 마을풍경-저녁노을'. 종이에 잉크 펜, 수채. 32×44cm. [C 장동광]2022.12.30 art29@newspim.com |
큐레이터, 시간강사와 겸임교수, 미술비평가, 미술행정가로 활동해온 장 이사는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해외여행을 떠날 때마다 늘 스케치북과 물감을 소지하고 다니며 자연과 도시를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그려왔다. 이번 전시는 그간의 편린을 모아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2013년 몽골 탐사여행을 시작으로 미국에서의 휴가, 일본 출장, 202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토스카나, 독일 카셀, 그리고 제주 서귀포 등지를 오가며 그린 드로잉과 수채화는 특별히 정해진 범주나 주제 없이 자유롭게 작업한 것들이어서 담담하고 홀홀하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재단법인 한국도자재단 상임이사 장동광 씨. 서울 삼청로 공근혜갤러리에서 수채화 개인전을 열고 있다. 2022.12.30 art29@newspim.com |
장씨는 자신의 수채화 여정을 가리켜 "전시기획이라는 지적인 사유에 몰입해온 큐레이터로서 여행 중 느낀 단상을 틈틈이 속필로 그리면서 그 때의 감성을 남겨두려 한 호모 파베르적(工作的 인간) 흔적들이다. 프로페셔널한 수채화가들의 작품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하지만 꼭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라고 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지난 10여년간 작업한 수채화들을 모아 서울 삼청로 공근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장동광 한국도자재단 상임이사. [사진=작가 제공] 2022.12.30 art29@newspim.com |
전시 제목의 '주유·폐포파립'이란 헤진 옷과 낡은 갓 차림으로 천지를 유람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제목을 단 것은 "조선시대 선비들은 문학(詩) 철학(書) 예술(畵)을 포괄하는 인문정신의 구현을 의미하는 시서화일체를 추구하며 유유자적했다. 그간 나는 이론적 사유를 평론으로 발표하고, 전시로 구현하는 세계에 몰두하느라 무엇을 손으로 쓰거나 그리거나 해서 하나의 물리적 구현체로 만드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이번에 그 갈증을 해소했는데, 앞으로 마음 속 고요한 다락방에 담아두었던 시를 묶어 발표한다면 더없는 기쁨이겠다. 시서화일체의 길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큐레이터를 본업으로 삼아 살아오면서 늘 꿈꿔온 삶의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장동광 이사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공예전공 학사)과 대학원(미술이론 석사), 홍익대 대학원(미술비평 박사)을 졸업하고 일민미술관 수석큐레이터, 제1,2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예술감독, 서울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으로 일했다. 한국큐레이터협회 부회장, 안양문화예술재단 공공예술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도자재단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다. 전시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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