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규정 수사법일 뿐 미·일과 차이 없다"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윤석열 정부가 28일 발표한 새 인도태평양 전략은 한국이 역내 위협 인식과 보편적 가치 추구에 있어 미국, 일본 등과 긴밀히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평가했다. 중국을 직접적으로 '위협'이라고 규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외교적 수사일 뿐 미일과의 인식 차이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이날 한국 정부가 발표한 첫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과 동맹들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9일 보도했다.
윤석열 정부가 28일 발표한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보고서 표지. 2022.12.28 [이미지=보고서 캡처] |
크로닌 석좌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 파트너들은 최근 몇 년간 평화, 자유, 안보에 중점을 둔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며 "앞으로 한국이 미국은 물론 다른 협력국들과도 이 영역들을 중심으로 보다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도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은 공통의 역내 도전에 '인도태평양'이라는 안보틀로 대응하기로 결정한 미국과 '유사입장국'들과 연대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한국이 규범적인 지역 질서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공통된 관점을 가진 나라로서 미국과의 연대를 더욱 부각하는 것"이라며 한국형 인태전략의 특징적인 부분은 한국이 지역 전반에 걸쳐 상호의존적인 경제관계를 맺고 있다는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그 연장선상에서 가장 큰 교역상대인 중국에 반대하지 않고 포용과 신뢰, 상호주의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미국, 일본 등과는 달리 인태전략에서 중국을 기존 규범에 대한 도전 세력이자 현상 변경 세력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대신 "인태 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주요 협력 국가인 중국과는 국제 규범과 규칙에 입각해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한국의 이런 규정은 수사법일 뿐 내용상으로는 미국과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미한일 간 인식에 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대한 중국의 위협은 미국, 일본, 한국 등 자유 세계에 대한 핵심 위협"이라며 "미한일이 중국 위협을 서로 달리 규정하지만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보호하겠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국인 중국과 안보협력국들 사이에서 명백히 균형잡힌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미한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도 이번 인태전략에서 "한국은 역내 핵심 위협과 우려를 평가하고 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미국 등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한국은 현재 역내와 국제 주요 국가들과 견해가 매우 일치한다"고 봤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이 수사적으로는 매우 조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략 전술적으로는 한국이 미국, 일본 등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과 분명히 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을 실질적인 혹은 잠재적인 위협으로 규정한 나라들과 한국은 명백히 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번 인태전략을 통해 역내와 국제 현안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다짐한 것에도 주목했다.
크로닌 석좌는 "이 문서는 한국을 한반도에서 해방시켰다"며 "이번 전략은 한국이 도전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보다는 한국의 열망, 목적과 힘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 기술혁신국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 스스로를 바라본 것은 놀랍고도 정확하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스나이더 국장도 이번 전략에서 주목할 부분은 미국과의 연대를 강조한 데서 더 나아가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가치에 기반한 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을 밝힌 부분이라고 주목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도 이번 전략이 한국의 '글로벌 중추 국가' 구상을 더욱 강화하고 미국의 전략에도 긴밀히 연대한다고 평가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국의 지속적인 핵심 이익을 반영하는 이 전략이 한국이 중국을 대하는 데 일정 부분 유연성을 제공하고 또한 일본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라는 점"이라며 "한국의 인태전략이 2023년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각국 주한대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2.28 yooksa@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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