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도 추가합격률↑"
"정부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 영향력 낮아"
[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2023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 결과 반도체학과 합격자 69%가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록자들은 의학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21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고려대·연세대·한양대 반도체 관련 학과 수시모집 최초합격자 84명 중 58명(69%)이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학과는 기업과 연계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다.
반도체 관련학과 수시 추가합격 현황. 추가합격은 1차 합격 기준. [사진=종로학원] 소가윤 기자 = 2022.12.21 sona1@newspim.com |
SK하이닉스와 연계된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20명 모집에 12명(60%)이 추가합격했으며 삼성전자와 연계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40명 모집에 29명(72.5%)이 추가합격했다.
올해 SK하이닉스와 연계돼 신설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24명 모집에 17명(70.8%)가 추가합격했다.
자연계열 학과와 비교해보면 반도체 계약학과의 평균 등록 포기율이 더 높다. 1차 추가 합격 기준 모집 정원 대비 추가 합격률은 자연계열 평균 고려대 46.6%, 연세대 52.1%, 한양대 52.5%로 나타났다.
반도체학과 미등록자들은 다른 대학의 의학계열로 진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학과가 대기업과 연계돼 취업하기에 유리하지만 수험생들의 선호도는 의대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7월 정부는 향후 10년간 15만명의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대학을 포함해 모든 대학에서 관련 학과 설치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고 정원 확대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은 의학계열 선호 현상을 꺾을 만큼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되지 않았으며 대학이나, 기업, 정부기관이 적극적으로 정책 추진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의대를 졸업하면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지만, 반도체학과는 관련 자격증이 발급되지 않는다는 점도 반도체학과 이탈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다른 대학의 약학계열로 진학했을 가능성도 있다. 약대의 경우 고려대·연세대·한양대 반도체 관련 학과보다 합격선이 다소 낮지만 약대 전체에서 약 1700명을 모집해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분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향후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과 관련해 대학과 기업들이 구체적인 연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의학계열 선호를 막기에는 당분간 역부족일 것"이라며 "특히 대기업과 연계되지 않은 학과와 지방권 소재 반도체 관련 학과도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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