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제조사, 3분기까지 이자비용 20.3% 증가
부채·이자·재고 속도 못따라가...흑자도산 우려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1년새 치솟은 금리로 인해 흑자도산은 막아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효과와 경기둔화 추세 속에서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해줬던 제도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674개 중소제조 부채상황을 분석결과,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3.9%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20.3% 급증했고, 총부채 역시 10.4% 늘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흑자는 실현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이자와 부채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기부진 탓에 재고자산 증가율도 지난해 3분기 10.0%, 올해 3분기 15.6%로 계속 상승추세다.
정부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유예'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동안 4차례 종료를 연장해왔으나 금융시장의 부실을 우려해 내년 9월에는 종료한다고 했다. 기업들도 대응책을 모색 중이나 그동안 높아진 금리에 경기둔화가 겹쳐 걱정이 커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표=대한상의 |
대한상의가 조사한 96건의 기업애로 사례를 분석해 유형을 분류한 결과, 첫째 그동안 꾸준히 부채를 상환해 왔으나 최근 급격한 유동성 악화에 빠진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금까지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이용하지 않은 기업은 지난 9월 연장된 정부 조치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당장 정책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둘째 만기연장이나 상환유예 조치를 통해 당장은 고비를 넘겼더라도 결국 고금리 때문에 실질적인 부채상환 부담이 커진 기업이다. 당국의 지원 대상 갱신 시 현재 재무상태 및 상환능력을 바탕으로 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에 이미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중소기업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셋째 정부의 상환유예 지원이 내년 9월 종료 예정인데 경기는 내년이 더 안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유예됐던 이자와 원금을 못 갚을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다. 상환유예의 경우 내년 9월까지 연장이 가능한데 내년 3월까지는 금융기관과 향후 상환계획을 협의해야한다. 이자나 원금 상환이 힘든 기업들은 채무조정을 받아 사실상 부실기업의 낙인이 찍히게 된다.
기업들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이후에 채무조정절차 신청에는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감면·분할상환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채무조정 대상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워지는 등 금융활동에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스스로 채무조정을 선택할 유인이 낮은 것이다.
상의는 내년 상반기에 기업들이 최악의 자금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7월과 10월, 하반기에만 두 차례의 빅스텝 금리인상을 단행하였고, 금리인상의 효과는 통상적으로 6개월∼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나타나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경기둔화 추세 속에서 정부는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지원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 부채와 자금애로 상황의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연착륙시키는 것이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숙제인 것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올해가 금리인상기였다면 내년은 고금리가 지속될 시기"라며 "이제는 경제상황을 고려한 금리정책을 검토하고 법인세 인하, 투자세액공제 등 보다 강력한 시그널로 기업들의 자금난에 숨통을 틔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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