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지위를 양수인이 승계...임차인 계약갱신 요구 거절은 '정당'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집주인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이 실거주 목적이 있다면 갱신거절 기간 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임대인 A씨 등이 임차인 B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 소송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
B씨 등은 2019년 4월 C씨의 주택을 보증금 5000만원, 월 130만원에 임차해 거주해왔다. 계약기간은 2019년 4월 15일부터 2021년 4월 14일까지 2년이었다.
A씨 등은 2020년 7월 B씨 계약이 끝나면 거주할 목적으로 해당 주택을 13억5000만원에 매수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0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러던 중 2020년 7월 31일자로 주택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도입하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됐다.
임대인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 사유가 있을 때 등 임대인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에 따라 B씨는 2020년 10월 16일 C씨에게 '임대차 기간 만료 후 임대차 기간을 2년 연장, 거주하고자 계약 갱신을 청구한다'며 계약갱신을 요구했으나, C씨는 주택을 매도했다며 거절했다.
쟁점사안은 계약은 했으나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한 집주인도 실거주 목적을 이유로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느냐였다.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임대인이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패소했다. B씨가 계약갱신 요구 시 A씨는 주택소유권이 없어 실제 임대인이라고 볼 수 없고, C씨의 경우 주택을 이미 매도한 만큼 실거주 의사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은 "임대인의 실제 거주를 이유로 한 계약갱신 거절 가능 여부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만을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 제1항 단서 제8호의 계약갱신 거절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주택임대차법 제6조의3 제1항 단서 제8호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A씨 등이 실제 거주할 목적으로 해당 주택을 매수해 임대인 지위를 승계했기 때문에 B씨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A씨 등의 갱신요구권 행사가 임대인의 적법한 갱신거절기간 내 이뤄졌으므로 갱신거절도 적법하다는 게 대법 판단이다.
대법 관계자는 "향후에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단서 제8호에 따라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고 한다는 사유를 들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이 판결이 재판실무처리의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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