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가입 조건서 암진단비 삭제·보험료 낮춰
금융당국 권고 이행 여부 결정 앞두고 영업 강화
KB손보·DB손보 납입면제 재판매…경쟁 재점화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유사암 납입면제 100%' 특약을 두고 금융당국과 저울질을 하던 메리츠화재가 3일간 유사암 특약 상품의 가입 조건을 대폭 낮춰 영업을 강화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도 유사암 납입면제 특약을 다시 팔기 시작해 보험 업계의 유사암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CI=메리츠화재] |
메리츠화재는 지난 17~19일 한시적으로 ▲알파 ▲더알파 ▲또또암 ▲듬뿍암 ▲365(연) ▲어린이 상품의 유사암 납입면제 특약 가입시 연계보험료를 기존 4만440원에서 1400원으로 크게 낮췄다. 또, 특약에 가입하기 위한 연계 조건에서 암진단비를 삭제했다. 삭제 전 암진단비 연계 조건은 성인 2000만원, 간편 1000만원, 자녀 3000만원이다.
유사암은 일반암보다 발병률과 생존율이 높은 갑상선암, 제자리암, 경계성종양을 의미한다. 또, 납입면제 특약은 보험가입자가 재해, 질병, 상해사고 등으로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경우 납입을 면제해주는 혜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일부 소비자들이 고의로 보험료를 내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보험사들의 실적 하락과 손해율 증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보험사들에게 유사암 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납입면제율을 낮추라고 권고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이달부터 납입면제율을 기존 100%에서 50%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납입면제율을 100%로 유지해 판매를 강행했다. 해당 특약은 보험관련 법령에서 위배되는 부분과 상품구조에 문제가 없고, 민원 및 분쟁이 접수되지 않아 소비자보호에도 이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에게 유익한 상품이라는 이유다. 이에 당국의 권고를 따랐던 다른 손해보험사들은 형평성이 깨졌다는 불만을 제기했고, 당국은 메리츠화재에 납입면제율을 낮추라고 재차 권고했다.
이에 메리츠화재는 "이번주 중 유사암 납입면제 100% 특약을 판매하지 않거나 50%로 조정하는 방안 중 하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의 권고는 유사암 상품의 영업을 자제하라는 의미지만, 메리츠화재는 오히려 보험료를 낮추고 가입 조건을 삭제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강행한 셈이다.
메리츠화재의 행보는 다른 손보사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종합보험 ▲자녀보험 ▲유병자(3·5·5, 3·3·5) 보험 상품에 대해, DB손해보험은 17일부터 ▲종합보험 ▲자녀보험에 대해 유사암 납입면제 특약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납입면제율은 모두 50%다. 양 사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지난 1일부터 특약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손보업계의 유사암 상품 경쟁이 다시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납입면제율을 100%로 유지하면서 업계 내부에서 '메기'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한편으로는 당국의 권고를 그대로 따랐으면 손보사들의 운신의 폭은 점차 줄었을 것"이라며 "업계 일각에서는 메리츠화재의 행보에 대해 강단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모범규준에 비춰 손해율 등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이 많아 자제하라는 신호를 줬지만, 판매를 강행한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chesed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