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시 하루 1500만 배럴 공급 차질…배럴당 100달러 시나리오도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2일 개장 직후 급락했다.
이에 따라 내일(3일) 개장하는 국내 증시가 '리스크-오프' 분위기 속에 출발할 전망이다. 연휴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산된 데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개장 직후 수급과 업종 순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일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장 초반 브렌트유는 7%대 급등해 배럴당 78달러 선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70달러 초반대로 올라섰다. 금값도 온스당 5350달러대까지 치솟으며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됐다. 같은 시간 S&P500·나스닥 선물은 각각 1% 안팎 하락하며 위험자산 회피 흐름을 반영했다.
유가 급등의 배경은 '공급 차질 공포'다. 로이터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유조선이 양쪽에서 대기하는 등 통항 불확실성이 커졌고, 지정학 분석기관들이 단기간에 하루 1500만 배럴 규모의 공급이 시장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OPEC+가 오는 4월부터 20만 배럴 안팎의 증산을 합의했지만, 실물 물량이 호르무즈를 통과해야 한다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 선물이 주말 사이 장중 한때 10% 넘게 급등하고, WTI가 75달러 선을 터치하는 한편 브렌트유도 79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호르무즈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배럴당 100달러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NEF는 이란 공급 차질이 극단적으로 전개될 경우 연말로 갈수록 유가 평균이 더 높은 구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국내 증시에서 유가 급등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는 이유는 '물가→금리→밸류에이션' 전이 경로 때문이다. 원유와 운임이 동시에 뛰면 기업 비용이 빠르게 반영돼 실적 추정치 하향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가 상승이 소비와 기업을 동시에 압박하는 '세금'처럼 작동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금리 경로 역시 변수다. 로이터는 안전자산 선호로 미 국채 금리가 3개월 저점대로 내려왔지만,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연준(Fed)의 완화 기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짚었다.
업종별로는 항공·운송·화학 등 에너지·물류비 민감 업종의 변동성이 가장 먼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방산·에너지 관련 업종에는 단기 자금 유입 여지가 생긴다. 지정학 리스크 국면에서 방산은 '수요 확대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되는 경향이 있고, 정유·에너지주는 유가 상승 국면에서 단기 모멘텀이 붙기 쉽기 때문이다. 해운의 경우 운임 상승 기대와 함께 보험료 급등·우회 항로·운항 리스크가 동시에 반영되면서 종목별 차별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는 '확전 여부'와 '호르무즈 리스크의 현실화 정도'다. 추가 공습과 보복이 반복되거나 해상 운항 차질이 가시화되면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외국인 수급 이탈이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충돌이 단기간에 진정되고 유가가 안정을 되찾으면, 국내 증시는 낙폭을 빠르게 줄이며 업종 순환 장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대신증권은 이날 파생시황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변수의 강도에 따라 4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초단기(1주일 전후) 시나리오인 1안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공격이 이어지더라도 해협의 '간헐적 봉쇄 시도' 수준에 그치며 유가가 10~15% 오르는 상황이다. 단기 시나리오인 2안은 유가가 20% 이상 오르는 경우로, 대신증권은 이란 내 권력 공백을 고려할 때 1·2안의 현실화 확률이 높다고 봤다.
다만 중기(6개월 이상) 시나리오인 3·4안에 대해서는 "극단적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친미·시아파 진영의 전쟁이 격화돼 호르무즈가 불가항력 상태로 전환될 경우 유가·곡물이 30% 이상 급등하고, 불가항력 기간이 전략비축유(SPR) 재고 가능 일수(90~150일)를 초과하면 배럴당 100달러 돌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OPEC+의 4월 증산 재개 검토 등 공급 측 완충 요인도 존재해 "유가 상방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단기(최대 3개월)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dconnec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