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버튼 쥔 김정은 26일 간 잠행
"다양한 상황 가정 훈련 중인 듯"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이 사라졌다. 지난달 10일 북한 관영매체들이 하루 전 코로나 방역 유공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고 보도한 이후 공개 활동을 중단한 것이다.
북한 보도 기준으로 26일 간의 잠행은 올 들어 가장 오랜 공백이다. 과거 김정은이 공개 활동을 한 달 안팎으로 중단한 경우는 의료시술을 받는 등 신상에 상당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2018년 2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기념일 군사퍼레이드에 등장한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10.06 yjlee@newspim.com |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건강이상 등의 이유보다는 최근의 한반도 주변 정세나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김정은의 건강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보고했다.
김정은은 과거 북한이 중요한 미사일 도발을 할 경우 현장을 지켰다. 북한은 6일 2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포함해 최근 12일 사이 6차례 미사일을 발사해 이틀에 한번 꼴로 미사일을 쐈다.
특히 4일 자강도 무평리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으로 그동안 북한이 쏜 발사체 가운데 가장 긴 4500km를 날아 태평양 해상에 떨어졌다.
그동안의 관례대로라면 직접 현장에 나가지 않더라고 지휘부에서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면서 관계자들을 격려하거나 고무된 표정을 드러낸 사진을 공개하는 게 맞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지난 1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맨 왼쪽이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10.06 yjlee@newspim.com |
그런데 이번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북한 관영매체들이 잇단 미사일 발사의 제원이나 탄도, 궤적 등은 물론 사실 자체를 아예 공개 않는 전례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미 정보 관계자와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핵 무력 정책 법령화와 관련한 시행 훈련에 몰입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핵 무력의 지휘통제와 관련해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고 규정하면서 "국무위원장이 임명하는 성원들로 구성된 국가핵무력지휘기구는 핵무기와 관련한 결정으로부터 집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국무위원장을 보좌한다"고 못박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 8월 한・미 합동 군사연습 종료 이후 미사일 도발과 핵무력 법제화 등의 행보로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에 대한 한미일의 대응과 무력시위가 이어지는 국면을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이나 지휘부에 대한 타격이 임박한 국면으로 상정해 핵을 이용한 선제공격이나 보복 훈련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북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부산=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9월 23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에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입항한 가운데 갑판에 전투기가 탑재되어 있다. 2022.09.23 photo@newspim.com |
북한이 최근 일련의 미사일 도발을 벌이면서 한미일 훈련에 투입된 미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나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등을 자로 잰 듯이 사거리에 맞춰 시험발사를 하는 이른바 섞어쏘기를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의 국가 핵무력지휘기구는 김정은의 군사 참모인 박정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이병철 상무위원 겸 노동당 비서, 조용원 조직 담당 비서 외에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정은 유고시 사실상 오빠의 권력을 대행할 인물이란 점에서다.
김정은의 공개 활동 재개 시점은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7주년 기념일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군 당국은 북한이 군사 퍼레이드나 대규모 군중행사를 준비하는 동향을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기념연설이나 경축행사 등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 건재를 과시한 뒤 핵과 미사일 관련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