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인권운동·인터넷 접근 평등성 공로 인정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인터넷으로 세계를 연결시켜준 정보공간 월드와이드웹(www)을 처음 개발한 영국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67)가 과학기술을 통한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제16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은 28일 버너스리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 대표를 2022년 제16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은 28일 팀 버너스리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 대표를 2022년 제16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22.09.28 [사진=서울평화상문화재단] |
버너스리는 1989년 월드와이드웹을 개발해 전세계인들에게 무료로 공개해 소수의 전문가와 제한된 사람들만 사용하던 인터넷을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은 버너스리에 대해 "인터넷 액세스는 생명줄이고 기본권이어야 한다는 철학적 기반 위에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인류공존의 플랫폼을 마련하고, 엄청난 부를 거머쥘 기회를 거부하고 월드와이드웹을 무료로 공급함으로써 이상주의, 이타주의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며 "세계화를 앞당기는 데에도 크게 기여한 그는 20세기의 위대한 박애주의를 실천한 인물로도 평가된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버너스리는 1989년 월드와이드웹(www) 개발 당시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해킹, 위조, 조작 등 위협 요소들이 잇따라 불거진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해결 방안으로 '솔리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오픈소스인 '솔리드 프로젝트'는 개인들이 데이터 사용권을 통제할 수 있는 웹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솔리드 기반 웹 환경에서는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될지, 특정 개인이나 그룹이 선택한 요소에 접근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앱을 쓸지 등을 개인정보 제공자가 스스로 선택한다.
재단은 "솔리드 프로젝트는 과학자의 도덕성, 윤리 의식, 책임 의식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행동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버너스리는 인터넷 접근성에 대한 평등성을 강조하며 기술의 진보에 따른 국가 간, 개인 간 소득격차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포용적 기술 진보도 추구한다. 아울러 중동,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체제 유지를 위해 인터넷을 금지, 제한,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데이터 주권 확보를 통한 민주화 촉진 방법도 모색 중이다.
또한 정치적 조작, 가짜뉴스, 사생활 침해 등 인터넷 발달로 인한 역기능을 바로잡고자 9가지 원칙으로 구성된 '웹을 위한 계약'(contract for the web)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인터넷 건강성 회복에도 노력하고 있다.
팀 버너스리는 옥스퍼드대 물리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를 거쳐 모교 및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교수로 후학을 양성해왔다. 1994년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을 2009년에는 월드와이드웹 재단을 설립했다.
영국 왕립학회, 미국 국립과학원,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원이다. 2004년 대영제국 기사작위를 받았으며, 2013년에는 제1회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도 받았다.
염재호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은 "개인정보 통제 철폐 등 평화를 억압하는 모든 구조적 제약까지를 제거하려는 적극적 평화를 구현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고 버너스리를 평가했다.
버너스리는 "권위 있는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서울평화상은 각계인사 8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위원장 구자열)가 인권·민주화, 국제협력, 반전·반핵무기, 인류복지, 여성, 아동, 환경, 과학기술, 문화 등의 분야에서 국제평화 구축에 헌신한 공로로 추천된 후보자들을 심사해 이날 수상자를 발표했다.
서울평화상은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1990년에 제정된 국제 평화상이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국경없는 의사회, 옥스팜 등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 인사들과 단체가 역대 수상자다. 직전 15회 수상자는 토머스 바흐 현 IOC 위원장이다.
버너스리에게는 상금 20만달러가 수여된다. 시상식은 연내 서울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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