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들 직장에서도 안전치 않아
성폭력 만연...최소한의 대책 마련 필요
여가부 장관‧서교공 사장 발언 비판도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신당역 사건을 두고 노동계가 일터 내 성폭력 타파 및 안전한 일터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동계는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젠더폭력과 구조적 성차별을 꼬집고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안전 문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신당역 사건으로 우리가 일하는 공간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며 "더 이상 차별에 기인한 폭력으로 여성들이 죽어나가지 않도록 사업장 내 성차별적 고용관행을 바꾸로 폭력의 기제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젠더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를 위한 여성노동자 실태 보고 및 종합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9.26 kimkim@newspim.com |
앞서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스토킹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전주환(31)이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역무원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여성 직원의 당직 근무를 줄이고 CC(폐쇄회로)TV를 이용한 가상순찰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민주노총은 "적어도 혼자 고립돼 일하지 않고 2인 1조로 일하기만 했어도 불시에 닥치는 위험에 맞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서울교통공사는 보호라는 미명 하에 이뤄지는 업무 배제야 말로 여성혐오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신당역 사건 현장을 찾은 김현숙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여성혐오 범죄를 여성혐오라고 인정하지 않는 행태가 여성혐오"라며 "역사적 소임을 다하지 않은 여가부는 여성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가부는 공공기관의 젠더폭력 피해 실태를 점검하고 중단된 여성폭력 신고 핫라인도 제대로 복원해야 한다"며 "서울교통공사와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안을 산재사망으로 인정하고 성폭력이 사회의 안전과 일터의 안전을 해치는 중대재해임을 사회적으로 공표하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김정원 금속노조 LG케어 솔루션지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젠더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를 위한 여성노동자 실태 보고 및 종합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2022.09.26 kimkim@newspim.com |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가정방문노동자, 언론노동자, 공무원, 철도노동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일터에서의 젠더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정원 금속노조 LG케어 솔루션지회장은 "직업 특성상 고객들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데 남성고객으로부터 스킨쉽이나 성적인 농담 등을 겪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고객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고 회사도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고 토로했다.
정명재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근무시간에 업무용 PC로 포르노 영상을 시청한 역장들을 감사실에 고발했지만 견책 처분만 받고 여전히 같은 역에서 여성 역무원들과 근무하고 있다"며 "회사와 감사실의 비호를 받는 이 상황에서 누가 성희롱과 갑질을 신고할 수 있겠냐"고 규탄했다.
youn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