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새한 법무법인 자산 변호사 인터뷰①
"모르고 했다"…혐의 입증도 힘든 투자 사기
"형사판결 없으면 민사도 어려워"…피해보전은 '먼 길'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주기적으로 대포폰의 유심칩을 갈아 끼우고 IP도 우회하면서 영업을 하는데 사기가 아닐까요?"
조새한 법무법인 자산 변호사는 4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변호사는 최근 비상장주 사기 등 유사투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에서는 단순 투자 실패로만 인식해 형사사건으로 접수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불법 TM(텔레마케팅)조직이 계획적으로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해도 이들이 대포폰을 사용했기 때문에 실제 신원을 파악하기 힘든데다, 이들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 "모르고 했다"…혐의 입증도 힘든 투자 사기
조 변호사는 리딩방·비상장주·재테크·비상장코인 등의 유사투자 피해는 사기로 인정받는 것조차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기는 결국 피고소인이 거짓말을 했는지를 입증해야 혐의가 성립한다. 그런데 투자 사기를 저지르는 불법 TM조직은 기본적으로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사의 첫 단계인 피고소인들의 신원을 특정하는 것조차 힘들다.
[사진=조새한 변호사] |
피고소인이 특정됐다고 해도 그들의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는 것은 험난한 과정이다. 투자의 성패는 투자자의 몫이기 때문에 사기가 아닌 투자 실패로 비칠 수 있어서다. 또 수사하는 과정에서 CC(폐쇄회로)TV 등 비교적 명확한 증거가 있는 폭행, 절도 등 단순범죄와 달리 사기는 결국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진술이 수사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진술이 엇갈리면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판매책들은 붙잡히고 나면 '몰랐다', '진짜로 이 회사가 상장하는 줄 알았다', '지시받은 대로 판매했을 뿐이다'라며 고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며 "실제 피싱, 재테크 사기뿐 아니라 전통적인 다단계 범죄에서도 중간책들은 '시키는 대로 했다'는 이유로 빠져나가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일개 영업자라도 자신이 불법적인 일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화를 한 두 통 돌리다 보면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라고 되묻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며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불특정 다수에 전화 영업을 한다는 것부터 이미 사기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영업자들은 주기적으로 유심칩을 갈아 끼우는 등 휴대전화를 바꾸고 IP를 우회하기도 한다"며 "이처럼 신분을 감추려는 정황들만으로도 사기 고의는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 "형사판결 없으면 민사도 어려워"…피해보전은 '먼 길'
조 변호사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복구하려는 노력도 형사상 유죄판결이 없으면 힘들다고 설명했다.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을 사용한 상대방을 민사상으로는 더더욱 특정하기 어렵고, 형사상 유죄판결이 없으면 추후에 투자자들이 비상장사에 주식 대금 반환청구나 손해배상 청구를 내도 승소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간혹 피해를 보고 몇 년 후 우연히 제보 등을 통해 피고소인을 잡는 사례를 봤는데 그마저도 총책이 아니라 영업팀 일부를 잡는 게 대다수"라며 "잡힐 당시에는 이미 범죄수익을 다 빼돌린 상태라서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수사를 제대로 해서 관련 총책과 영업팀을 검거하는 동시에 피의자들 재산에 대해 기소전몰수보전을 신청해야 나중에 형사재판을 하면서 피해금을 돌려줄 수 있다"며 "현재는 피해 보전은커녕 검거도 안 되고, 검거를 한다 해도 재산추적을 경찰에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비상장주 '피싱'] ⑤편에서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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