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구역 들어갔다 상해…"국가 책임 70% 제한"
"경계표지 미설치, 지뢰 수색·제거 안한 軍 과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구역에서 낚시를 준비하다 북한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실 지뢰가 폭발해 상해를 입은 국민에게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최성수 부장판사는 A(72)씨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철원=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10월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 GP 앞에서 현지부대 및 132공병 지뢰제거팀이 DMZ 내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 없음. 2018.10.02 |
A씨는 2020년 7월 4일 김포대교 북단 부근 한강변에서 낚시를 하기 위해 낚시 의자를 땅에 놓다가 유실된 지뢰를 건드렸고 지뢰가 폭발하면서 혈흉과 혈심낭, 심장 손상 등 상해를 입어 수술을 받았다.
이에 A씨와 배우자, 자녀들은 "국가가 군용 폭발물 유실 및 폭발물 제거, 위험을 방지할 책임이 있다"며 총 1억5000만여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최 부장판사는 "국립과학수사원의 폭발물 감정 결과 폭발물의 종류는 북한에서 사용하는 PMN-1 대인지뢰인 것으로 감정됐다"며 국군이 지뢰를 매설한 것이라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국군은 국가나 북한 혹은 제3국 등 어느 주체가 설치한 것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예견 및 회피가능한 범위 내에서 국민의 안전에 치명적인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뢰 등 군용폭발물로 인한 재난을 예방·방지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 부장판사는 "이 사건 사고지역은 지뢰지역에 해당함에도 경계표지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사고 발생 전부터 이미 집중호우 등으로 지뢰 등 군용폭발물이 유실돼 강화도, 임진강변, 한강변 등 부유물 접안지역에서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사고가 다수 발생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 소속 군인공무원들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사고지역에 지뢰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 예견 가능했다"며 "관할 군부대 장을 포함한 군인공무원들이 경계표지 설치, 지뢰 수색, 제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상 과실에 의한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A씨 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 부장판사는 당시 사고지역이 하천환경 정비사업 등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고 낚시 금지구역에 포함되는데도 A씨가 출입한 점과 사고지역에서 이 사건 이전 지뢰 폭발 사고는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70%로 제한, 국가가 A씨에게 지급할 치료비 액수를 840만원으로 정했다.
또 A씨에게 3200만원, 배우자와 두 자녀들에게 각각 2000만원과 1000만원의 위자료도 지급하라고 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