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은 안정성·내구성 갖춘 것으로 판단"
"선풍기를 정상적 사용했다고 보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선풍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이는 비정상적 사용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선풍기 제조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최성수 부장판사는 A주식회사가 선풍기 제조·판매업자인 B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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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A주식회사는 지난해 8월 B가 제조한 공업용 선풍기를 구매해 사용했다. 그런데 같은 해 10월 A주식회사 사무실에 화재가 발생해 집기비품 및 재고자산과 건물 등이 소훼됐다. 소방공무원들은 화재발생 원인에 관해 선풍기의 모터 연결 전선 부위에서 과부하 등 전기적인 원인으로 불꽃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A주식회사 측은 "피고가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 판매할 책임이 있는데 이를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B주식회사를 상대로 제조물 책임과 일반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고도의 기술이 집약돼 대량생산되는 제품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다"며 "소비자가 제품의 결함과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소비자 측에서 해당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고 제조업자 측에서 사고가 제품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며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선풍기가 제품의 구조·품질·성능 등에 있어 유통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춰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오히려 이 사건 선풍기는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선풍기 구매 후 화재사고 발생 시까지 3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사건 장소에서 선풍기를 24시간 가동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선풍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있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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