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소 줄고 외국인 인신매매 장기대책 없어"
외교부 "정정 필요·추가 설명할 부분 美와 협의"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 국무부가 매년 공개하는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한국이 20년 만에 1등급에서 2등급(Tier 2)으로 강등됐다.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인신매매 방지와 관련한 한국의 지위를 2등급으로 평가했다.
미국 국무부가 19일(현지시각) 발표한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 표지. 2022.07.20 [사진=국무부 보고서 캡처] |
한국은 보고서가 처음 발간된 2001년 3등급을 받았으나 이듬해인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등급을 유지해왔다. 북한은 20년째 '최악의 인신매매국' 지위를 유지했다.
이번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실적을 반영했다.
미 국무부는 국가의 인신매매 감시와 단속 수준을 1~3등급으로 나눠 평가한다. 한국이 받은 2등급은 중간 단계다. 인신매매 방지와 관련한 모든 기준을 충족하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나라가 해당한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했지만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신매매범이 강제로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 외국인 성매매 피해자들을 처벌하고,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추방하는 등 정부가 오랜 우려를 해소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20년에 비해 인신매매 관련 기소가 줄었고, 외국인 인신매매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장기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인신매매와 관련해 새로운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이전에 비해 뚜렷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고 소개했다.
국무부는 외국인 강제 노동을 이용한 어업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어떤 강제 노동도 규명하지 못했다며 "일부 이주 어부들은 하루 18시간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등급에는 한국 외에 일본, 노르웨이, 스위스, 이탈리아, 브라질, 이집트, 가나, 멕시코, 파키스탄, 포르투갈, 사우디아라비아 등 133개국이 포함됐다. 여기에는 인신매매 피해가 늘었지만 이에 비례한 조처를 하지 않아 '감시 리스트'에 오른 34개국도 들어갔다.
1등급은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캐나다, 칠레, 핀란드 등 30개국이 받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은 지난 1년간 인신매매 퇴치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우리나라가 인신매매 사범을 더 강력히 처벌하고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및 보호 강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 간 상이한 법률 체계와 양형 제도 등도 평가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며 "(보고서와 관련해)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면밀하게 검토해서 정정이 필요하거나 추가 설명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미국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은 20년 연속 최하위인 3등급 국가로 분류됐다. 북한은 2003년부터 매년 최하위 국가로 평가됐다.
3등급 국가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모두 22개국이 지정됐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마카오가 새로 3등급에 포함됐다.
국무부는 북한이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적시했다.
특히 "북한은 8만~12만 명을 정치범수용소에 수감 중이며, 추정할 수 없는 규모의 사람들을 노동교화소를 비롯한 다른 형태의 수감 시설에 가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이 해외 파견 노동자의 강제 노동을 외화 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강제 노역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관련국들은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남미 등에서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며 채무에 기반한 기만적 고용과 임금 착취, 장시간 노동 등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