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어 보험업계·여신업계 잇단 간담회
채권·주식 투자손실 커져...리스크관리 주문할 듯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다. 이 원장 취임 후 보험업계와 처음 갖는 회동이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보험사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만큼 건전성 관리를 핵심 화두로 던질 전망이다.
2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오는 30일 서울 모처에서 생명보험·손해보험사 CEO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지난 20일 은행권과 회동한 이후 금융권 CEO들을 순차적으로 만나는 것이다.
정은보 전 원장이 취임 100일을 넘긴 후 업권별 간담회를 연 것과 비교하면 발빠른 행보다. 최근 하루가 다르게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의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6.23 hwang@newspim.com |
일단 보험업계 최대 이슈인 재무건정성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연일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투자한 자산의 평가 손실이 커지고 이에 따른 금융비용이 급증한 만큼 면밀한 리스크 관리를 강조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금리 급등으로 보유한 채권 손실이 커지면서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NH농협생명을 비롯해 DGB생명, DB생명,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등의 RBC비율이 당국 권고치인 150% 밑으로 떨어졌다.
당국이 금리 변동으로 인한 RBC 하락을 막기 위해 한시적 규제 완화책을 내놨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 잉여액을 RBC비율 산정시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지만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 범위 내에서 LAT 잉여액의 40%를 인정하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건을 적용하면 RBC가 상승하지만 150%를 간신히 넘기는 보험사들도 있어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내년 새 회계제도(IFRS17)에 맞춰 도입하는 건전성제도(K-ICS)에 대한 준비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급등에 따라 예외적으로 RBC를 완화했지만 K-ICS 대비는 철저히 하라는 주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RBC 규제 완화 후 K-ICS 체제 관리에 대한 주문을 더 강조하고 있다"며 "자본을 확충하는 자구적인 노력과 함께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불안한 것도 보험사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보험사는 투자자산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어 주가 하락시 평가 손실이 커진다. 또 환율 변동성 커지면 환헤지 비용이 늘어 수익성에 부정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6조원이다. 주가가 20% 하락하면 9조200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해외 장기채권투자를 단기로 환헤지하고 있어 환헤지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소형 생보사의 경우 환헤지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아 부담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이 원장은 보험사 CEO 회동에 이어 7월 초에는 카드사, 캐피탈사 등 여신업계와 만난다. 여신업계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대출 규제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조달 금리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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