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참여 국가경찰위원회 역할 축소 불가피
전문가 "경찰위에 더 많은 권한 줘 경찰 통제해야"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경찰국 신설 등 행정안전부(행안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방안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시민에 의한 경찰 통제 방안이 흔들리고 있다. 행안부에 경찰국이 출범하면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해 경찰 행정 전반을 논의하는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 역할이 사실상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위는 1991년 경찰법 제정에 따라 경찰청 개청과 함께 출범한 위원회다. 경찰위는 인사·예산 등 경찰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한다.
경찰위는 국민이 직접 경찰 행정에 참여하고 경찰을 견제·감독·관리할 수 있는 창구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갖는다. 실제로 경찰위는 민간 전문가로 꾸려진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을 보면 경찰위는 위원장 포함 7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은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때 행안부 장관은 경찰의 정지적 중립성이 보장되도록 위원 임명을 제청해야 한다. 위원 중 2명은 법관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있으나 정당 당원, 현직 경찰·검찰·국가정보원 직원 또는 퇴직 후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위원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이런 규정에 따라 교수와 시민단체 활동가 등 민간에서 경찰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찰사편찬위원회는 경찰위 설립과 관련해 "경찰의 독선을 방지하고 신중한 정책 결정으로 시민에 의한 경찰 통제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원중 청주대 법학과 교수도 일찍이 경찰위와 관련해 "시민 참여의 한 형태로서 경찰 행정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위해 존재한다"며 "경찰 행정에 대한 시민 참여는 경찰 통제라는 것보다 시민들의 의견을 경찰 행정에 반영할 수 있고 시민 요구와 치안 서비스에 대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존재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 사전 면담으로 '경찰 길들이기' 논란에 휩싸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김창룡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도착해 김 청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2.06.09 yooksa@newspim.com |
문제는 시민에 의한 경찰 통제 창구인 경찰위가 그동안 경찰 감독·견제라는 제역할을 못했다는 점이다. 행안부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경찰위로는 경찰을 통제할 수 없으니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이런 흐름에서 행안부에 꾸려진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권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위 역할과 사실상 중복되는 것.
하지만 전문가는 경찰위가 태생적으로 역할과 기능에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위에 권한을 다 주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위가 제 역할을 못해다는 인식인 것.
대표적으로 행안부 장관 거부권 행사를 꼽는다. 경찰법 10조 2항을 보면 행안부 장관은 경찰위가 심의·의결한 내용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박노섭 한림대 국제학부 교수는 '경찰위원회의 지위 및 역할 재정립 방안' 논문에서 "행안부는 이미 유권해석을 통해 경찰위를 자문기구로 분류해 경찰위의 심의 의결권에 대한 법적인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처음부터 경찰위가 직접적으로 경찰 행정 사무에 대해 견제하고 감독권을 행사하기란 법률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경찰위 권한이 제한돼 있으며 경찰위를 행안부 아래에 둠으로써 행안부 산하의 기구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경찰위를 실질화는 방안으로 시민에 의한 경찰 통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를 통한 경찰 통제는 경찰을 정권에 더 종속시킬 뿐이라는 우려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전부터 경찰위 실질화를 강조했다"며 "경찰위 실질화에서부터 경찰 통제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 등이 참여하는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경찰위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쳐두고 행안부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은 부적절하다"며 "위원장도 비상임이며 독립된 사무처도 없는 경찰위를 개편해 민주적 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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