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러시아를 산유량 합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머지 산유국들이 추가 증산에 나서더라도 국제유가가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3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국 제재로 원유 생산능력이 약화된 러시아를 산유량 합의에서 배제하는 방안이 OPEC 내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세계 3대 산유국인 러시아는 지난 2016년부터 OPEC과 산유량 협의를 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의 일환으로 매월 석유 증산을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서방국 제재로 인해 올해 러시아의 원유 생산능력은 8%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OPEC 관계자들은 러시아의 산유량 감소로 나머지 OPEC 국가들이 추가 증산에 나서야 한다는 공식적인 압력은 없지만 일부 산유국들이 몇 개월 안으로 증산에 나설 계획을 이미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러한 논의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일부 금지하기로 합의한 뒤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러시아가 산유량 합의에서 배제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OPEC 산유국 일부가 산유량을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고공행진 중인 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과 유럽이 적극 촉구했던 바라고 설명했다.
당장 오는 2일 OPEC+ 회의가 열리는데, 회원국들은 일일 43만2000배럴 증산 내용을 승인할 예정이다. 이는 산유량을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미리 합의했던 내용이다.
시장은 2일 회의 전까지 관련 코멘트를 자제하겠다고 밝힌 러시아가 어떤 입장을 들고 나올 지 주목할 예정이다.
매체는 OPEC이 이번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러시아와의 협력을 완전히 져버리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량이 축소되더라도 여전히 러시아의 산유량은 미국과 사우디를 제외한 나머지 산유국을 훨씬 넘어서기 때문이다.
OPEC 로고와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원유 시추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유가 여전히 100달러 웃돌 듯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를 배제한 나머지 산유국들이 추가 증산에 나선다 하더라도 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안다 선임 시장 분석가 제프리 할리는 "OPEC이 러시아를 증산 합의에서 배제하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라면서 "사우디나 UAE, 이라크 등이 자연스레 증산하게 될텐데 이는 타이트한 석유시장 수급 여건을 완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러시아 배제 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지는 않겠지만, 정제유 공급이 여전히 타이트한 상황이라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 밑으로 내려갈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ING그룹 상품시장 대표 워렌 패터슨은 "러시아 배제로 다른 산유국의 공격적인 증산이 가능해질 경우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다만 지난 몇 달 동안 OPEC의 움직임을 보면 앞으로도 큰 폭의 증산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가가 뛰는 상황에서도 사우디나 UAE가 크게 반응하지 않았었다면서, 가격이 더 크게 뛰지 않는 한 (증산에도) 큰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