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A씨, 입법부작위 위헌 주장, 헌재 각하
"북한 투자는 남북관계 따라 손해 가능성 예상"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천안함 사태로 시행된 '5·24 대북조치'에 따라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내 사업이 무산된 경제협력사업자에 대해 별도의 보상입법을 마련할 의무는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청구인 A씨가 2010년 5월 24일자 대북조치로 인한 개성공단 보상입법을 요구하며 낸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각하란 청구인의 청구가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구체적 심리 없이 사건을 종료하는 것을 뜻한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2020.02.14 alwaysame@newspim.com |
A씨는 2007년 6월 북한 개성공단에서 상업시설을 신축한 뒤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기 위해 한국토지공사로부터 개성공단 내 상업업무용지의 토지이용권을 분양받고 건축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통일부 장관은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자 2010년 5월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및 진행 중인 사업의 투자확대 금지, 대북지업 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북조치를 발표했다.
A씨는 개성공단 내 건축공사의 착공과 이를 위한 자재 반입이 억제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패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에 A씨는 "대북조치로 인해 토지이용권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돼 재산상 손실을 입었음에도 이에 대한 보상입법을 제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는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북한에 대한 투자는 그 본질상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화하는 남북관계에 따라 불측의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당초부터 있었고 경제협력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들은 이러한 사정을 모두 감안해 자기 책임 하에 스스로의 판단으로 사업여부를 결정했다고 볼 것"이라며 "재산상 손실의 위험성이 이미 예상된 상황에서 발생한 재산상 손실에 대해 헌법 해석상으로 어떠한 보상입법의 의무가 도출된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재원으로 교역 및 경제 분야 협력사업 추진 중 경영 외적인 사유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보험 제도를 운영해 예기치 못한 정치적 상황 변동으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남북 당국의 조치로 개성공단 사업이 상당기간 중단되는 경우 개성공업지구 투자기업의 경영정상화 위해 경영 안정을 위한 자금지원, 투자기업의 국내 이전이나 대체생산시설 설치에 대한 자금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해당 사업과 관련해 한국수출입은행과 경제협력사업보험계약을 체결했고 대북조치 이후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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