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통공사, 대우건설 등 상대 민사소송
1·2심서 승패 엇갈려→승소 취지 파기환송
"담합 숨기고 받아…불법행위 손해배상의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09년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건설공사 입찰에서 탈락해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았다가 담합 사실이 드러난 건설사들이 보상비를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부산교통공사가 대우건설 등 건설사 6곳을 상대로 낸 설계보상비 반환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조달청은 2008년 12월 공사의 요청으로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다대선) 건설공사 입찰을 공고했다. 이에 총 9개 건설사들은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입찰에 참가했고 그 결과 현대건설은 1공구, 한진중공업은 2공구, 코오롱글로벌은 4공구 낙찰자로 결정됐다.
공사는 이듬해 6월 '탈락자에게 설계비 일부를 보상한다'는 입찰공고에 따라 입찰에서 탈락한 대우건설과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에 각 4~5억원대의 설계보상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4월 해당 입찰 과정에서 3개사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대우건설과 한창이엔씨, 금호산업과 혜도건설, SK건설과 삼미건설 등이 소위 '들러리' 입찰참가에 합의한 담합 정황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22억원을 부과했다.
공사는 같은 해 11월 "입찰유의서에 '입찰 무효사유인 담합사실이 사후에 발견된 경우 설계비를 보상받은 자는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므로 설계보상비로 지급받은 금원을 반환하라"며 건설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피고들이 공모해 이 사건 입찰에 형식적으로 참가했고 미리 합의된 공동수급체가 낙찰되도록 한 고의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해당 입찰 공고를 공사가 아닌 조달청이 했기 때문에 입찰 주체는 조달청이 속한 국가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조달청이 속한 국가와 내부적 관계에서 국가가 지급할 설계보상비를 대신 지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피고들의 공동행위로 인해 설계보상비에 해당하는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원고가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건설사들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공사에 설계보상비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대법은 "피고들은 담합행위를 한 다음 이러한 사정을 숨긴 채 원고에게 설계보상비 지급을 요청해 보상비를 지급받았다"며 "이같은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 판단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주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