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쟁점화된 부동산 문제, 각론은 전문가 조력
元 경선 후보 시절, 양도세 완화·임대차3법 폐지 공약
[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지난 10일 차기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로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58)이 지명되자 부동산 업계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동안 하마평에 한 번도 원 후보자의 이름이 오르지 않은 데다 그의 이력에서 부동산이나 교통 분야와의 접점을 찾기 어려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꼬일 대로 꼬인 부동산 문제를 수월하게 풀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실무형 인사보다는 협상력을 갖춘 '힘 있는' 정치인 출신이 나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이 정권 교체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며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국민적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원 후보자의 국토부 장관 발탁은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누더기 양도세' 지적한 元, 주택공급·광역교통 속도 낼 듯
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 후보자를 국토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면서 강조한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과 미래형 교통체계, 국토균형발전이다. 원 후보자가 향후 국토부 장관으로서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주요 현안이 셈이다.
이 가운데 차기 정부가 당면한 최우선 해결 과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원 후보자도 장관 후보 지명 후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과 젊은 세대의 미래 자산 형성을 선결 과제로 꼽았다.
이는 원 후보자가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내놓은 대표적인 부동산 공약인 양도소득세 손질, 임대차 3법 폐지, 신혼부부 '반반주택'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또한 윤 당선인의 부동산 관련 공약 가운데 부동산 세제 정상화, 임차인 주거 안정 강화, 청년원가 주택·역세권 첫집 등과도 일맥상통한다.
원 후보자는 과거 "문재인 정부가 누더기로 만들어 세무사들도 상담을 포기한 양도세를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며 "양도세 세율, 과표, 기본 및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현실화시켜 세금 때문에 거주 이전의 자유가 묶이는 상황을 확 뜯어 고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새 정부 정책 방향과도 일치한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장기적으로 통합하는 등 부동산 세제 완화 공약을 내놨다. 최근 인수위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해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하는 등 부동산 세제 완화를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원 후보자는 또 과거에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전세난민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졸속 임대차 3법을 폐지하고 원점으로 되돌리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대차 3법 폐지로 불이익을 보는 임차인이 없도록 안전대책도 강구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 역시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역으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전세 매물이 감소하는 악순환을 지적하며 임대차법 전면 재검토와 보완장치 마련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 후보자의 대선 경선 후보 시절 1호 공약은 신혼부부 첫 내집 마련 비용의 50%를 국가가 부담하는 '반반주택'이었다. 원 후보자의 이 같은 구상이 새 정부의 청년원가 주택 30만가구 공급과 청년·신혼부부 반값주택 '역세권 첫 집' 20만가구 공급 계획 추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자가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가장 먼저 이와 같은 주거 안정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고속도로를 비롯한 광역 교통수단의 설계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원 후보자의 제주지사 경험을 바탕으로 거시적인 안목에서 국토균형발전 전략이 세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과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04.11 pangbin@newspim.com |
◆정책 실행 장애 요인 제거하는 정치적 지원 역할 기대
원 후보자의 국토부 장관 후보 지명은 사전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그야말로 '깜짝 지명'이었다. 특히 그가 부동산·교통 분야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발탁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현재로서는 정치적 고려가 개입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권교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첨예한 이슈인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성보다는 정무적 판단력과 조정능력을 중시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토부의 업무 범위가 넓어 전문성 판단의 기준이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장관은 정책 실행의 장애 요인을 없애주는 지원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원 후보자는 제주 제2공항 건설 등 교통 이슈가 많았던 제주지사를 경험했기 때문에 교통 분야로 따지면 연관성이 있다"고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현장과 정책의 괴리를 줄이는 정치적 결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인사가 부동산 정책 입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 후보자 본인도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에 "오히려 정치인 출신으로서 정치 문제가 된 부동산 문제를 강단 있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방어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는 데다 부동산 문제는 국토부 외에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여러 부처간 정책 조율을 통해 원활한 해결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힘 있는 실제 정치인'의 투입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더욱이 부동산 문제가 정치 쟁점화하자 새 정부 첫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출마를 통해 여러 차례 검증 절차를 거친 정치인 출신이 첫 타자로 나서야 그만큼 정치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원 후보자 지명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원 후보자가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집값 안정을 위한 부동산 정책의 대전환이 예상된다. 250만가구 공급 로드맵·재건축 규제완화 정책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 규제·임대차3법 개정 등 추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자는 다만 지나친 규제완화에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11일 과천정부청사로 출근하며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폭탄으로 인해 개발 이익, 투기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라며 "지나친 규제 완화나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서울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 아파트의 호가가 이전보다 높게 형성되는 등 집값이 들썩이자 경고의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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