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증거부족으로 무죄→2심 벌금형 선고
"요양보호사로서 업무상주의의무 위반 인정"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은 노인에게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요양시설 원장과 요양보호사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노인요양시설 원장 A씨와 요양보호사 B씨, C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 등은 지난 2017년 고령의 피해자가 급격한 혈당수치 저하와 함께 호흡곤란 증상을 보임에도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요양보호사들로 하여금 입소자들을 보호하도록 관리·감독하며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방안에 대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입소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B씨와 C씨는 피해자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증상이 악화될 경우 신속하게 119에 신고하는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전문적인 의료지식 및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인이기 때문에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소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대한의사협회 감정회신 등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저혈당 쇼크에 빠져있음을 인식했거나 할 수 있었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사건 발생 무렵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있었던 점, 고혈압·당뇨·폐질환 등을 앓고 있던 고령의 피해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약 50일 후에 폐렴 진단으로 사망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에게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이들에게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며 원심을 파기하고 A씨와 B씨에게 벌금 500만원, C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씨와 C씨는 피해자가 팔을 늘어뜨리는 등 의식저하 상태를 보였음에도 혈당수치를 확인하거나 원장 또는 보호자에게 이를 바로 고지하지 않고 소량의 커피만을 마시게 했다"며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요양보호사 현장실습 매뉴얼'의 원칙에 따르면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시 119에 신고하고 시설장, 간호사에게 보고한다'는 원칙이 있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해당 요양보호시설의 원칙은 '원장에게 가장 먼저 보고하고 그 다음 원장의 판단에 따른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A씨의 잘못된 내부규정 및 교육 지시로 인해 B씨와 C씨가 응급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119신고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도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