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형법 제299조 '항거불능' 부분 합헌 결정
"강간·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의 정도와 같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람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한 자를 처벌하는 형법상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형법 제299조 중 '항거불능' 부분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산소 대심판정에서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2021.10.28 kimkim@newspim.com |
청구인 A씨는 2015년 7월 경 술에 취한 피해자 B씨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B씨를 추행하고 간음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상고심 계속 중 "형법 제299조의 구성요건인 항거불능은 그 의미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2017년 11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에 대해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죄로 처벌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조항에 대해 "정신적 또는 신체적 사정으로 인해 성적인 침해에 대한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헌재도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죄의 입법취지와 대법원의 일관된 해석 등을 종합해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순종하지 않고 맞서서 대항할 능력이 없는 상태'라는 항거불능의 사전적 의미와 형법 제299조의 목적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항거불능의 상태란 가해자가 성적인 침해행위를 함에 있어 별다른 유형력의 행사가 불필요할 정도로 피해자의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이 결여된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음 또는 추행행위에 선행하는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는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협박의 정도에 준한다"며 "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에서 폭행·협박으로 인해 야기된 대항능력의 결여 상태와도 상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정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형법 제299조의 항거불능의 상태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해석이나 적용가능성이 있는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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