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작업 3월 이후로 연기...현대重 법적 대응 시사
"에디슨 회생계획 의구심...채무변제 계획 철저 검증"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사실상 차기 정권으로 넘어나게 됐다.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과의 기업결합을 최종불허한 결과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매각 종결을 미루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
27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식적인 매각 종결을 미루고 추후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사실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 주인 찾기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일단 오는 3월에 완료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컨설팅 결과와 현대중공업의 소송 가능성을 지켜보겠다는 설명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30일 'KDB산업은행 온라인 이슈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등 국가 고유 기술을 갖고 있어 해외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현대중공업과 기업결합을 추진했으나 EU의 반대로 무산된 상황이다.
이 회장은 "비조선사 인수 주체가 있으면 검토하겠지만 누가 살 수 있을지 (의문)"라며 "어디서 살지는 몰라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겠다"고 말했다.
EU 결정에 대해선 유감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철저한 자국이기주의에 따른 판단이라고 날을 새웠다.
이 회장은 "저가 경쟁에 따른 낮은 선가 구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이지 공정한 판단으로 보지 않는다"며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와 매우 유갑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U 결정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법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승인취소소송이나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에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적어도 승소 여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 산업이 EU 결정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소송이) 개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까지 연장한 금융 지원 외에 채권단의 추가 지원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중장기 관리 방안을 수립해 생존력 강화를 강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EU의 불승인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승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90%가 국내 고객인데다, 각 국이 항공산업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지원한 상황이라 외교적 이슈로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쌍용차 인수를 추진 중인 에디슨모터스의 회생계획에 대해선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에디슨모터스는 매각주관사와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산은 등 채권단의 회생계획 동의 절차가 남아있다.
이 회장은 "에디슨의 순자산 규모가 8000억원인데 상거래 채권을 3~5%만 갖고 탕감시켜 달라 요구했을 때 채권자가 납득할지 모르겠다"며 "인수합병에서 제일 나쁜 구조가 차입매수(LBO)인데 그쪽으로 가는 것 같아 의구심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얼마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들어오는지, 전략적 투자자(SI)들을 얼마나 확보하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다. 회생계획안은 사업계획과 별도로 채무변제 계획으로만 판단하겠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산은 지방 이전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득보다 실이 많다"며 "산업이나 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지 못한 생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뭐가 바람직한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