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 지적
인력·예산 늘었지만 종자개발·보급 부실
최인호 의원 "직장 갑질도 도 넘어" 질타
[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8일 국정감사에서는 '농촌진흥청의 무능'에 화력이 집중됐다. 종자 개량을 비롯해 농촌의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의무를 가진 농촌진흥청이 본연의 업무를 도외시한다는 게 여야 국회의원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여야 국회의원들이 농촌진흥청에 대해 공통적으로 일치된 말은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였다. 이에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진땀을 흘렸다.
홍문표 의원(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국정감사에서 "국내 최대 농업 연구기관이라는 농촌진흥원이 예산과 인력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식량·곡물자급률은 하락세를 보이는 등 제대로 된 성과가 없다"고 질타했다.
홍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중요해진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수치들은 감소하면서 종자 개발 등을 위한 종자급률 사업에 388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며 "이같은 돈을 투입하고도목표 달성률은 감소하고, 되레 수입의존도는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직구로 무차별적인 농약 온라인 구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관리감독을 맡은 농업진흥청의 사실상 수수방관으로 불법이 만연되고 있는 것으로도 드러났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촌진흥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온라인 직구를 통해 누구나 쉽게 농약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1.10.08 leehs@newspim.com |
윤재갑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농민과 농작물 보호를 위해 농진청이 불법 농약 수입을 단속하고 있지만, 클릭 한 번이면 누구나 손쉽게 해외직구로 농약 구매가 가능해 '허수아비 감독'이 이뤄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재갑 의원에 따르면 현행 농약관리법(제23조 제5항)에서는 등록되지 않은 농약을 사용하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직구로 농약을 구매해서는 안 된다.
농진청도 해외로부터 농약을 직접 구매하거나 몰래 들여오는 것을 막기 위해 관세청,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과 협조해 ▲농약 휴대 반입 금지 ▲해외직구 통관 금지 ▲쇼핑몰 모니터링 및 판매금지 요청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실상 관리 감독이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 윤재갑 의원의 지적이다. 농진청이 밝힌 '불법 농약 수입 근절 대책'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온라인 불법 구매 적발은 30건, 해외 불법 구매 적발은 16건에 그친다.
농약 불법 수입 대책이 허술한 것은 농진청의 전담 인력이 고작 2명(팀장 1인, 주무관 1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농진청은 필요에 따라 지자체 공무원이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이 함께 한다고는 하지만 2명의 인력으로 온라인 구매 단속, 해외직구 단속, 쇼핑몰 모니터링은 물론 국내 농약 불법 유통까지 단속까지 맡고 있어 '단속 무방비'라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검증되지 않은 농약은 작업자인 농민은 물론 국민의 식탁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농진청은 불법 농약 수입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국내 쇼핑몰에서 해외 농약 검색 차단과 해외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농약의 한국 배송 금지 협조 등 제도개선과 인력 보강에 힘써 줄 것"을 주문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촌진흥청ㆍ농업기술실용화재단ㆍ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1.10.08 leehs@newspim.com |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농진청이 신품종 개발 보급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놓고 '제대로 된 게 없다'"며 꼬집었다.
서 의원은 "농진청이 최근 10년간 모두 2241억1000만원을 투입해 898품종을 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2011년 대비 2020년 예산은 17.5% 증가했으나 품종개발 수는 오히려 36.1% 감소한 이유가 뭔가"라고 한탄했다.
농촌진흥청의 '직장 내 갑질'도 도마위에 올랐다.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9년부터 2021년 7월까지 31건 자체 감사 중 10건이 농진청의 직장 내 갑질과 폭행 등이며 15명이 처분 및 징계를 받은 점을 지적했다.
농진청은 2019년 대변인 갑질 논란, 2020년 내부 직원에 대한 조직적 갑질, 성희롱, 부당한 인사조치 등 논란으로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최 의원은 "농진청은 직원 기강 확립대책을 마련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갑질, 비위 등에 대한 전수조사와 감사를 실시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태웅 농진청장은 "무관용 원칙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잘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