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6일 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 결정
기초연구 인식 개선 필요…경제논리 지양해야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6개 분야 가운데 다음달 4~6일 차례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 수상자가 결정된다.
이경태 경제부 차장 |
노벨상은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수여되는 상으로 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평화·경제학 등 6개 부분으로 수상이 진행된다. 다이너마이트 등 폭발물 제조로 큰 돈을 벌게 된 노벨의 영향을 받아 수상 분야가 결정됐다. 노벨 재단이 만들어지고 1901년부터 노벨상을 수여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도 해마다 가을이 되면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한국인이 될 지 잔뜩 기대를 높이기도 한다. 최근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기관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2021년 피인용 우수 연구자'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명단에 '한국의 파스퇴르'로 알려진 이호왕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의 이름도 올랐다.
다만 노벨과학상 수상자로 한국인이 선정되기까지는 아직은 멀었다는 게 현재 과학기술계의 판단이다. 연구자들이 한 분야를 장기적으로 연구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지원도 필요한 만큼 우리나라 연구 현장의 생태계 속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지난해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의결되기도 했다. 이 개정안은 정부가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에 연구자가 같은 연구분야에서 20년 이상 기초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계획과 예산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했다. 우수한 연구자·연구기관의 국제공동연구 협력지원사업도 추진이 가능토록 했다. 미래유망 과학분야의 기초연구 진흥을 위해 정부가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도 있다. 과제 하나당 10년인 연구기간 제한이 지난해 말께 풀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2017~2021년 기초과학 연구 예산으로만 8조7550억원을 투입하는 등 기초체력 다지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속적으로 기초과학 연구 예산 비율을 늘려왔으며 내년에는 2조5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지원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그러면 노벨과학상 수상이 수월해진 것일까.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자.
주요 과학 강국들은 1900년대 초반부터 연구기관을 설립했다. 우리나라는 기초과학에 연구비를 지원한 게 30여년 정도에 불과하다. 절대적으로 인프라와 투자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현장에서도 대학 입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기초과학은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일반적으로 노벨과학상은 국가의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알려져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 역사를 보면 경제와 산업의 성장을 위한 응용과학 성격이 강했다. 그렇다보니 기초과학 연구 자체보다는 단기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응용과학에 중심이 쏠린 점을 되돌아보지 않고 예산만 투입해서는 과학기술 연구의 체질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도 들린다.
연구·개발(R&D)을 통합한 정부의 정책 방향부터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과학기술계 원로는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데 어떤 산업과 연계될 지 첫 단추부터 고민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기도 한다. 이렇기 때문에 과학기술 '연구'를 분리하지 않고 대부분의 예산에 '개발'을 통합한 'R&D'라는 용어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늦은 감은 있으나 이제부터라도 기초연구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데 과학기술계는 입을 모은다. 국가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기술 개발도 필요하나 초점을 인류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이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만큼 단기 국가 산업성장을 위한 기술 개발에 매몰돼서도 안 된다.
단기성과 창출을 지양하더라도 연구 현장의 안일한 태도 역시 변화돼야 한다. 국가출연연구기관이 민간 기업연구소나 대학의 연구 수준을 뛰어넘지 못 한다는 말이 나와서도 안될 일이다. 기본적인 연구만 할뿐 부동산 등 재테크에 혈안인 연구원이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점에 대해서도 자성해야 한다.
그렇기에 노벨과학상은 거저 받을 수 없다. 지름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연구 현장에서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마음이 돼야 한다. 정치권도 이젠 단순 경제논리에서 벗어나 기초과학을 재조명해 주길 바란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