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가 예상했던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 서프라이즈'가 적중했다.
이틀 간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정책자들이 금리인상 시기를 6월 제시했던 2023년에서 2022년으로 앞당긴 한편 2024년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6~7차례에 걸쳐 올린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
무엇보다 18명의 정책 위원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내년 제로금리 정책 종료를 예고한 데 대해 월가는 지난 6월에 비해 긴축에 대한 의지가 크게 높아졌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22일(현지시각) 중국 헝다그룹의 디폴트 리스크가 일정 부분 진정된 데 따라 안도 랠리를 펼친 뉴욕증시는 연방공개시장위위원회(FOMC) 결과 발표에 1% 선에서 랠리로 화답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완만하게 하락하며 1.316%에 거래됐고,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가 0.21% 오르며 93.40을 나타냈다.
회의 결과를 지켜본 월가는 11~12월 사이 연준이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기 시작해 내년 중반 이를 종료한 뒤 연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첫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실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니터에 비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정책자들이 예상하는 2024년 연방기금 금리 중간값이 1.8%로 여전히 경기 부양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본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충격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투자자들 사이에 엇갈렸다.
RBC 웰스 매니지먼트의 톰 가렛슨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이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날 연준 회의 결과는 예상했던 범위를 넘어서지 않았다"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반면 바이탈 놀리지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정책자들이 시장이 두려워했던 것만큼 강력한 매파 기조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주식 투자자들 입장에서 반색할 이유는 없다"며 "분명한 사실은 통화 정책 방향이 완화에서 긴축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고, 이날 주가 상승은 추격 매수보다 차익실현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애론 전략가 역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날 주가 강세는 헝다그룹의 위기 완화와 미국의 부채 한도 상향 조정안이 하원을 통과한 데 따른 반응"이라며 "연준이 제공한 안도감은 테이퍼링의 구체적인 시한을 제시하지 않은 정도"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정책자들의 목표치를 장기간 웃도는 상황을 금융시장 충격 없이 통제하는 일이 앞으로 연준의 과제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이날 정책자들은 2022년과 2023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각각 2.3%와 2.2%로 제시해 지난 6월 예상치에서 0.2%와 0.1%씩 상향 조정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사진=블룸버그] |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가파르거나 월가가 경고한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경우 정책 실수가 발생,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할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백신 공급과 슈퍼 부양책에 강한 반등을 연출했던 거시경제 사이클이 한풀 꺾이면서 연준이 이날 예고한 금리인상을 실행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나틱시스의 조셉 라보냐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점도표에 제시된 연준의 중장기 금리 전망이 정책자들의 의도와 들어맞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내년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이번 회의에서 예고한 매파 정책 기조를 이행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이미 부채의 덫에 걸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는 마켓워치의 칼럼을 통해 "미국 정부와 민간 부채가 위험 수위까지 오른 상황에 연준이 적극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경제 펀더멘털과 금융시스템에 커다란 충격을 가하게 된다"며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충분한 긴축을 시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팬데믹 사태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해 2월 4조2000억달러에서 최근 8조4000억달러로 두 배 급증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