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중미 국가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한 첫날, 비트코인 가격은 11% 하락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한 첫날인 7일(현지시간), 정부 운영의 '치보'(Chivo) 가상지갑 업체 직원이 자동인출기(ATM) 앞에서 시민에게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2021.09.07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낮 4시 2분(한국시간 8일 오전 8시 2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1.06% 떨어진 4만6711.93달러를 기록 중이다.
시가총액은 8786억3276만6991달러로 줄었다.
전날 저녁에는 5만2000달러를 돌파해 지난 5월 이래 최고치를 찍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는데 이날 엘살바도르가 법정통화로 도입하자 하락세로 전환했다.
CNBC방송은 엘살바도르 정부 운영의 비트코인 가상지갑 '치보'(Chivo)가 일시 서비스가 중단됐었다며, 이는 지갑을 확장해 대규모 신규 이용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시스템 업데이트였다.
발키리인베스트먼트의 리아 왈드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그닥 놀라울 일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엘살바도르의 법정통화 도입은 이보다 전에 시장에 반영됐으며, 당시에 가격 변동도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엘살바도르의 인구가 미국 뉴욕시 보다도 적고, 국민의 대다수가 빈곤을 겪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거래 수수료와 처리 시간 등 다른 장애들이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도입을) 국가 빈곤층 문제들의 해결책으로 통하기 보다 베타 테스트처럼 여기게 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한 엘살바도르에서는 비트코인 자동인출기(ATM) 200여개가 설치됐으며, 신규 치보 지갑 이용자들이 쓸 수 있도록 30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예금해뒀다.
이제 상점과 기업들이 물건과 서비스를 판매할 때 비트코인을 받아야 한다. 단, 기술적으로 비트코인을 받을 수 없는 상인은 제외된다.
◆ 외국이민자의 본국 송금액 연간 60억달러인 엘살바도르에는 연간 4억달러 이상 절약
법정통화가 되면서 물건가격은 비트코인으로 표시될 수 있고 세금도 비트코인으로 납부가 가능해졌다. 비트코인은 화폐이기 때문에 거래 시 자산가격 상승 분에 매기는 자본이득세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간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외국에 사는 엘살바도르인이 고향으로 돈을 보내기 쉬워진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6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될 때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6800억 달러(약 758조원)다. 이 중 1%가 엘살바도르에 투자된다면 우리 국내총생산(GDP)은 25% 늘어난다"며 "반면 비트코인은 1000만명의 잠재적 신규 사용자를 갖게 되며, 연간 60억달러를 송금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엘살바도르는 GDP의 20%가 송금에서 나올 정도로 송금 의존도가 크다. 엘살바도르인 200만명 이상이 외국에서 일하면서 매년 40억 달러 이상을 본국으로 부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이 법정통화가 됨에 따라서 송금수수료도 연간 4억달러가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미 200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400개를 보유하고 있는 엘살바도르 정부는 이날 추가로 150비트코인을 더 구매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