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편의 목적으로 동의입원제 악용
인권위 "신체의 자유 부당하게 침해한 것"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한 정신병원에서 발달 정도가 5세 수준인 40대 지적장애인을 회유해 입원시키고 퇴원 의사도 사실상 묵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따르면 지적장애인 A씨는 2020년 11월 17일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지능지수 44에 심리사회적 발달이 5세 수준인 중증도 지적장애인으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입원하거나 퇴원 신청서를 작성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정신병원장은 A씨와 A씨 부친을 회유해 A씨를 동의입원한 것으로 처리했다. 동의입원은 자발적 입원으로 간주하며 환자 의사에 따라 병원 측에 원하는 때 입원 또는 퇴원을 신청할 수 있다.
A씨는 입원한 당일부터 병원 측에 퇴원 의사를 내비쳤다. 간호사실에 수차례 찾아가 "여기 못 있겠는데요. 어떻게 좀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주치의 선생님이 퇴원은 안 된다고 하시죠?"라고도 했다.
입원한 지 약 보름이 지난 12월 4일에도 "저 집에는 언제 간다고 하던가요?"라며 퇴원을 바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도 2021년 1월 15일 입원 연장신청서에는 A씨가 입원 연장에 동의한 것으로 서명됐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결국 A씨 부친은 A씨를 지난 1월 21일 정신병원에서 퇴원시켰다. A씨 부친은 정신병원이 환자 퇴원 의사를 보호자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임의로 입원을 유지시키는 등 인권침해를 했다며 인권위에 진정도 제기했다.
인권위는 해당 병원이 피해자 신체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해당 병원장에게 유사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속 직원을 상대로 인권 및 직무 교육을 하라고 권고했다.
해당 병원 관할 지자체에는 병원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권고했다. 보건복지부에는 지적장애인 의사 확인 절차를 명확히 하는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동의입원을 하면 입원 적합성 심사 및 6개월 간격의 입원기간 연장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정신병원장이 행정편의 목적으로 동의입원제를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