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해 반영한 당국 중재안에 핀테크 업계 ''수용 불가"
샅바싸움 속에 무리한 중재안…은행·핀테크사 모두 '외면'
[서울=뉴스핌] 최유리 홍보영 기자 = 금융당국 주도로 진행 중인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플랫폼 출시가 불투명해졌다. 당국이 플랫폼 참여를 꺼리는 시중은행을 설득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 등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핀테크사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단 입장이다. 업계 샅바싸움 사이에서 정부가 무리한 중재안을 꺼내들면서 모두의 외면을 받고 있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핀테크 업권과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6일 시중은행, 12일 저축은행·카드사·캐피탈사에 뒤이은 자리다.
앞서 금융위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비대면·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를 이르면 10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에서 여러 금융사의 대출 금리를 한 눈에 비교하고 금리가 낮은 곳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환대출 플랫폼 이미지 [표=금융위원회] |
간담회에는 카카오페이, 토스, 핀다, 핀크, 팀윙크가 참여했다. 사업 주체와 수수료, 서비스 운영 시간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이들은 플랫폼 참여 주체나 수수료 책정을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민간 업체 선정 기준에 은행 측 의견을 반영하고,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당국 중재안을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현 수준보다 수수료를 더 낮추기 어렵다는 의견을 명확히 했다. 현재 대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사는 중개수수료로 1금융권에는 0.2~0.6%, 2금융권에는 1~2% 가량을 받고 있다. 은행이 오프라인 대출모집인에게 주는 수수료 3%와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플랫폼 영업시간에 대한 불만도 전했다. 365일 24시간 서비스를 하자는 핀테크 업계 입장과 은행 영업점 운영 시간으로 제한하자는 은행 입장 사이에서 금융위가 은행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결국 시중은행을 설득하기 위해 내놨던 정부의 당근책이 이번엔 핀테크사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앞서 수수료 부담과 플랫폼 종속을 우려한 은행들이 민간 플랫폼 대신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나서자, 금융위는 은행 이해를 반영한 중재안으로 이들을 달랬다.
이에 따라 금융위에서 무리한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참여 주체인 핀테크사와 은행 모두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금융 소비자의 편익을 최대화한다는 취지가 무색해 질 것이라는 우려다.
한 핀테크 업계 대표는 "수수료나 운영 시간 등은 사실상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핀테크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기고 경쟁의 장이 열린 것인데 수수료 논쟁으로 돌아가면 사용자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꼬집었다.
기존 계획대로 10월에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의견 조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향후 일정에 대한 공지는 전달받지 못했다"며 "사업자 선정이나 시범 운영 등에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