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 나섰으나 80% 근로자는 미참여
사측 "파업 중단 시 사측도 직장 폐쇄 접고 대화 나설 것"
"르노삼성, 벤츠·BMW 판매량 보다 떨어져" 지적도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2020년 임금단체협상을 마치지 못한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섰다. 이로 인해 르노삼성차는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적자에 판매 감소까지 이어져 수입차 보다 판매량 낮은 완성차 회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르노삼성차 노사에 따르면 노조 파업에 르노삼성차는 지난 4일부터 부분 직장 폐쇄를 이어가고 있다.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약 80%에 달하는 파업 미참여 근로자가 정상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노조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날 8시간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박종규 르노삼성차 노조 위원장은 '조합원 동지들께 올리는 글'을 통해 "우리가 하는 파업이 아니라 사측이 하는 파업의 일종. 어차피 우리는 파업으로 타격을 줘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했는데 사측 스스로 파업한다니 우스운 꼴을 자처하는 사측이 우스울 따름"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르노삼성차의 노사 갈등은 지난해 임단협 불발과 함께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1교대 근무 등으로 인한 순환휴직 등 복합적인 이유에서다. 1교대 근무는 부산공장 생산량 축소에 따라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일감이 없어 생산을 줄인 것인데, 이를 노조가 반발하는 것이다.
노조가 파업에 나섰지만 파업 참여자가 적어 일부 생산량 감소에 그치는 상황이다. 부산공장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60대였으나, 파업 뒤 45로 줄었다. 하루 440대 생산량이 약 350대 규모로 감소하게 됐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XM3 유럽 수출 등을 위해 생산 라인을 어렵게 가동하고 있다"며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면 사측도 직장 폐쇄를 접고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르노삼성차] |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준중형 SUV XM3(수출명 : 뉴 아르카나) 등 신차 6종을 출시했으나 11만6166대 판매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5% 줄어든 수치이자, 최근 5년새 최저치다. 르노삼성차가 지난해 약 790억원의 적자를 보게 된 결정적 이유다. 올해 생산량 목표도 기존 15만7000대에서 10만대로 낮췄다.
올들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 1~4월 르노삼성차는 내수 1만8595대, 수출 1만2817대 등 총 3만1412대 판매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3% 감소한 수치로, 수출이 22.4% 늘었으나, 내수에서 40% 줄어든 탓이다.
그나마 지난달 XM3를 2961대 수출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XM3 수출량이 3000대에 육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4월 내수는 5466대로, 메르세데스-벤츠 8430대, BMW 6113대 보다 낮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최근 CEO메시지를 임직원에게 보내 "뉴 아르카나 성공을 위해 초도 물량 납기와 볼륨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가 유럽 고객으로부터 최종적인 선택을 받기 위해서 반드시 초도 물량을 딜러에게 일정대로 인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 BMW의 국내 판매량 보다 낮은 완성차 회사"라며 "지난해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 경영난으로 인해 임금을 동결한 채 임단협을 타결한 반면 르노삼성차 노조만 기본급 인상을 고수하며 임단협을 1년 가까이 끌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노조는 지난해 7월 임단협 상견례를 통해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XM3 성공 론칭 격려금 500만원 ▲ 타결 격려금 200만원 지급 ▲노동 강도 완화 ▲노동조합 발전 기금 12억원 ▲통근버스 미운영 사업장 유류비 지원 등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사측은 코로나19까지 겹친 경영 환경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