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평검사, 검찰 내부망에서 '수사지휘권 발동' 비판글
"정치인으로 수사지휘? 국가공무원 입장에서 수사지휘?"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신헌섭 서울남부지검 검사(36·사법연수원 40기)는 18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어제 헌정 사상 4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공정성 확보를 언급했다"며 "검사는 법률상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자 '정치적 중립'을 금과옥조처럼 지켜야 하는데, 자꾸 전임 장관부터 지금 장관님까지 '같은 당 동지 '나는 여당 국회의원' 표현으로 본인의 정치적 지위와 스탠스를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03.10 yooksa@newspim.com |
그러면서 "(박 장관이) 정치인으로 수사지휘를 한 것인지, 국가공무원 입장에서 지휘를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또 장관은 수사지휘 근거로 공정(公正)을 말했지만, 검찰 구성원과 다수 국민의 눈에는 공정(空正)으로 잘못 비칠 수 있을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꼬았다.
신 검사는 "2015년 당시 야당 국회의원 신분이던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 대법원 선고 직후, 각종 인터뷰를 통해 '권력에 굴종한 판결'이라는 등 언급을 수차례 했다. 더 나아가 한 전 총리가 수감 전 기자회견을 할 당시 바로 뒤편에 서 있으면서 지지 의사를 보였다"며 "공교롭게도 6년 뒤 사법부 최종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이례적으로 발동하니 혼란스럽다"고 적었다.
이어 "장관이 수사지휘 문구에 임 검사(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이름을 열차례 정도 언급했다"며 "대검 주무 연구관들의 집단지성보다 임 검사의 의견이 더 공정하단 취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한명숙 수사팀'이었던 양석조(48·29기) 대전고검 검사도 "한 전 총리 사건은 당시 최고 실력의 변호인들의 반대 신문이 예정된 상황이었고, 언론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재판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고 있었다"며 "위증 강요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 처리를 두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한 사건은 2011년 당시 검찰 수사팀이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 최모씨와 김모씨에게 '한만호가 한명숙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고 법정에서 위증하게 했다는 의혹이다.
박 장관은 오는 22일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사건 관계인 김모 씨의 혐의 유무 및 기소 여부 판단을 대검찰청 부장 회의를 열어 결정하고 이 과정에서 사건 조사를 맡아 온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연구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라고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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