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운용사는 웃고 중소형 운용사는 제자리
선물사는 증시 하락하던 1분기 성과급이 높아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지난해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 직원들이 두둑한 성과급을 받은 것과 달리, 대부분의 자산운용사와 선물사 직원들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어 우울한 분위기다. 일부 대형 운용사만 증권사와 비슷한 성과급을 받았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운용사는 지난해 증권시장 호황으로 증권사 못지 않은 '잭팟' 수준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인당 평균 95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 2019년 1인당 평균 6800만원을 받았던 것과 비교했을 때 전년대비 약 40%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중소형 운용사는 지난해 대형 증권사만큼의 성과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형 운용사인 A자산운용사의 경우 증시 호황으로 펀드 수익률은 크게 좋아졌으나 직접투자 열풍으로 펀드 운용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직원의 성과급도 크게 오르지 못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사 직원은 대부분 펀드의 순자산가치에 비례한 운용보수를 받는데, 지난해에는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만큼 증시가 오르면서 대체로 '평타'를 친 회사가 많다"며 "운용업계가 증권업계보다 기본급 비중이 높은 편이기도 해서 대형사를 제외하면 성과급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성과급이 기대만큼 나오지 못하면서 중소형 운용사에는 인력 유출 문제도 있었다"면서 "특히 젊은 직원들이 성과급에 실망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선물사 직원의 성과급은 증권사와는 정 반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 시장에서 선물 거래를 중개하는 선물사는 주로 장의 변동이 큰 시장에서 수익이 나기 때문에 지난해 1분기에는 실적이 좋았으나 장이 평탄하게 오른 2, 3, 4분기에는 실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선물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지난해 1분기에 실적이 바닥을 치고 이후 만회했다면 선물사는 반대였다"면서 "선물사 직원은 지난해 1분기에는 많은 성과급을 받았으나 2, 3, 4분기에는 성과급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들은 지난해 두둑한 성과급을 받았다. 증권업종은 다른 업종에 비해 기본급 대비 성과급의 비중이 큰 편이며, 지난해 대형 증권사는 대부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1월 말 직원들에게 평균 기본급의 450%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954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01.6% 증가한 규모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다. 이외에도 NH투자증권(7872억원), 메리츠증권(8279억원), 한국투자증권(7620억원), 삼성증권(6793억원) 등이 모두 호실적을 거뒀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소폭(8.9%) 줄었으나 나머지는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평균 급여액이 가장 높은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동기대비 28.4% 증가한 1인당 평균 1억3882억원의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은 1인당 평균 9500만원, 미래에셋대우는 9500만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3.7%, 14.5% 증가한 급여를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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