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 코로나19 재확산에 하반기 채용 계획 수립 못해
필기·집단연수 등 '집단감염' 우려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
온라핀 필기시험 대안 거론되지만 '공정성' 우려 제기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은행권 채용시장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하반기 채용을 계획했던 주요 시중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이맘때 채용 공고를 발표해왔지만,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아직 채용 규모나 방식·절차도 확정하지 못했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아직까지 하반기 공채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신한은행은 조만간 채용 규모나 일정을 공고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에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추석 전후 공고를 계획했던 하나은행 역시 시기와 채용 절차 등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2.5단계로 그 어느 때 보다 강도 높게 시행되는 가운데 필기시험과 신입연수 등 채용 필수과정이 자칫 '집단감염'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용비리 사태로 큰 홍역을 앓았던 은행들은 지난 2018년 은행연합회 주도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해당 규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서류전형은 물론 필기, 면접 전형 중 한 가지 이상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만 한다.
통상 은행들이 채용인원의 50배 정도에 필기시험 기회를 부여하는 점을 감안하면 500명을 뽑을 경우 2만5000명을 한날한시에 수용할 수 있는 시험장을 섭외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대 3단계로 격상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채용 세부사항을 결정하기 어렵다"며 "동시에 수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사장 확보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전했다.
이에 일부 은행들은 '온라인 필기시험' 도입 등을 검토하고 나섰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채용마저 차질을 빚을 수 없는 만큼 어떻게든 채용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은 물론 은행 내부에서도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리시험 및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올해 채용절차에 온라핀 필기시험을 도입한 곳은 '삼성그룹' 한 곳에 불과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경우 온라인 필기시험을 진행한다고 해도 삼성과 같이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적"이라며 "만에 하나라도 부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또 한번 채용으로 '홍역비리'를 치룰까 두려운 면이 크다"고 귀띔했다.
신입행원을 대상으로 한 합숙연수 과정도 하반기 채용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주요 시중은행은 모두 신입 행원에 대해 대략 5주~6주간 합숙연수를 진행한다. 은행의 역사와 핵심 전략을 공유하는 과정으로 채용절차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집단감염 우려에 진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5대 시중은행은 올해 하반기 약 2600여명 이상을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 채용한 인원이 약 3000여명인데 상반기에 꼽은 인원이 35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500여명, 하나은행은 200여명,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000여명, 650여명을 채용했다. 농협은행은 550여명을 뽑았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