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 위해 통신사향 5G폰도 LTE요금제 적용해야"
통신사 "5G폰에 맞춰 5G 요금제 출시한 것...유지 명분 있다"
[편집자주] 지난 21일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자급제 단말기에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자급제는 이동통신사란 중간다리 없이 온라인몰이나 제조사 매장을 방문해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직접 개통할 수 있는 단말기입니다. 이런 자급제 5G폰에 LTE 요금제를 적용하는 것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3사의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불만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유통점, 소비자의 입장 모두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불만의 목소리는 뭘까요.
[서울=뉴스핌] 김지나 나은경 기자 = 자급제 5세대(5G) 이동통신 단말기에만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 적용을 풀어주며 대리점·판매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대리점과 판매점에서 주로 다루는 통신사향 5G폰은 LTE 요금제를 적용할 수 없어 5G폰의 자급제 쏠림 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지난 10일 오후 서울 광진구 강변테크노마트 6층 휴대폰 집단상가의 모습. 판매점 앞에 마스크를 쓴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2020.08.21 nanana@newspim.com |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5G(갤노트20)'에 대해 이통3사는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사전예약을 실시했는데 사전예약 기간 동안 자급제 쏠림 현상이 그 어느 때 보다 두드러졌다.
이통3사가 갤노트20의 지원금을 늘리지 않자, 쿠팡·11번가·G마켓 등 오픈마켓을 통해 카드 무이자 할부혜택 및 할인쿠폰, 선택약정 가입 25% 할인을 노린 소비자들이 자급제폰을 선택한 것이다. 자급제폰 소비자들은 위 혜택에 요금제 제약 없이 자유롭게 요금제도 선택할 수 있다.
오프라인 유통망 측은 자급제 5G폰 단말기에만 LTE 요금제 적용을 풀어주면 갤노트20 사전예약 기간동안 이어졌던 자급제 쏠림현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명훈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 회장은 "오늘 기준으로 로드에서 LTE폰 기기변경 고객에 대한 장려금은 2만원에 불과한데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나 다이렉트몰에선 자급제폰에 쿠폰을 발행하고 선택약정까지 줘 오프라인 매장은 경쟁력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자급제 5G폰에만 LTE 요금제를 적용하면 오프라인 유통점은 쿠팡이 휴대폰 대리점업에 진출할 것 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반적으로 대리점과 판매점의 주 수익원은 이통사로부터 제공받는 판매 장려금이다. 이통사는 대리점과 판매점에 가입자 유치 및 유지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판매 장려금을 지급한다. 만약 고객이 온라인 몰을 통해 스스로 자급제폰을 구입하고, 이통사 변경 등을 위해 대리점을 방문해 통신 서비스 관련 업무를 진행하게 되면 해당 대리점은 통신사로부터 판매 장려금을 받지 못 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이통사 입장에선 자급제폰으로 단말기가 판매돼도 고객의 통신 서비스 이용은 이어져 큰 타격이 없다. 오히려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판매장려금을 주지 않고도 통신 서비스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과거 SK텔레콤을 필두로 통신사들이 완전 자급제에 찬성 의사를 밝혀온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리점과 판매점 측은 통신 소비자 혜택 증대를 위해 자급제 5G폰에 LTE 요금제 적용을 풀어준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용자 차별을 없애고 온-오프라인 휴대폰 유통망 간에 공정한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선 통신사향 5G폰 역시 LTE 요금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20 시리즈. 갤럭시노트20은 사전예약 기간 동안 자급제 쏠림현상이 두르러졌다. [사진=백인혁 기자] 2020.08.21 dlsgur9757@newspim.com |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 이사는 "이용자 선택권에 있어 5G폰 고객도 LTE 요금제가 됐건, 5G 요금제가 됐건 쓰고 싶으면 쓰면 되는 것인데 그 선택권을 자급제로 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에 반해 사업자 매출 증대에만 눈높이가 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통사 입장에선 단말기 주 판매경로인 대리점과 판매점 5G 단말기까지 LTE 요금제를 적용할 경우, 5G폰 고객들이 5G 요금제보다 가격이 낮은 LTE 요금제에 쏠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5G 상용화 이후 5G 요금제가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 구성된 만큼 이통3사의 ARPU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만약 모든 5G폰에 LTE 요금제 적용을 가능하게 한다면, 통신사 입장에선 5G 망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제대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5G폰으론 5G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이 정상적이고, 서비스 활용 측면에서 5G폰에 맞춰 5G 요금제를 출시한 것은 그만한 명분이 있는 것"이라며 "5G폰으로 LTE 요금제를 적용시키고 유도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자급제로 판매되는 단말은 이통사 재고부담이 없는데 이통사향 단말은 이통사가 재고관리도 해야되고, 영업비용도 들기 때문에 이것까지 LTE 요금제로 가입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며 "이통사향 단말까지 확대될지 여부는 추후 영업상황을 보고 결정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회수석전문위원은 "20대 국회에서 주장했던 것은 5G 커버리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 5G가 제대로 구축될 때까지는 LTE요금제를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지, 이것을 자급제폰만 나눠서 LTE로 가야된다는 것은 아니었다"면서 "이통사 입장을 반영해 자급제폰으로 제한시킨 것 같은데, 5G망이 잘 터지지 않는 상황에 소비자 입장에서 고려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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