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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의 수선전도] 내시가 만든 '광화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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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 김사행이 설계·감독·감리..정도전은 큰 그림만
임진왜란·일제강점기 거치며 수차례 헐고 짓는 아픔
무분별한 광복절 집회로 코로나19 재확산 위기

[편집자] 수선전도(首善全圖)는 조선의 수도 한양을 목판본으로 인쇄한 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쪽 도봉산부터 남쪽 한강에 이르기까지 당시 서울의 주요 도로와 동네, 궁궐 등 460여개의 지명을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수선전도에 있는 지명들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오승주의 수선전도'는 이 지도에 나온 동네의 발자취를 따라 지명과 동네에 담긴 역사성과 지리적 의미, 옛사람들의 삶과 숨결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오늘 숨가쁜 삶을 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계획입니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광화문'이 울고 있다. 안정세로 가닥을 잡았던 듯 싶었던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이 광복절(8월15일) '광화문 집회'를 계기로 재확산 기로에 섰다.  

◆정문(正門)에서 세종 때 광화문(光化門)으로

조선건국과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광화문은 임진왜란 때 철저히 불탔다. 270여년의 세월을 상처입은 채 폐허로 지낸 광화문은 대원군의 중건으로 다시 기세를 펴는 듯 했지만, 일제 치하에 신음했다. 6·25전쟁을 겪으며 다시 파괴됐고, 몇 번의 재건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을 되찾았다.

광화문은 현 시대에서 경복궁의 남문(南門)이 아닌 민주화의 요람으로 각인된다. 광화문 앞 넓게 트인 광장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한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 사상 최초로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촛불집회를 비롯해 민주화의 고비마다 광화문은 자리를 내줬다.

광화문은 조선 건국 이후 법궁(法宮·왕조의 대표궁궐)이 된 경복궁의 담을 둘러싼 남쪽문이다. 처음부터 광화문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태조 4년(1395년) 10월7일 2번째 기사다. 태조가 판삼사사 정도전에게 새 궁궐 전각의 이름을 짓게 했다.

'판삼사사 정도전에게 분부하여 새 궁궐의 여러 전각의 이름을 짓게 하니, 정도전이 이름을 짓고 아울러 이름 지은 의의를 써서 올렸다. 새 궁궐을 경복궁이라 하고, 연침(왕의 침소)을 강녕전이라 하고, 동쪽에 있는 소침(작은 침실)을 연생전이라 하고, 서쪽에 있는 소침을 경성전이라 하고, 연침의 남쪽을 사정전이라 하고, 또 그 남쪽을 근정전이라 하고, 동루를 융문루라 하고, 서루를 융무루라 하고, 전문을 근정문이라 하며, 남쪽에 있는 문을 '정문'(正門)이라 하였다.'

광화문의 첫 이름은 바를 정(正)자를 쓴 '정문'이었다. 정도전은 이름을 지은 까닭도 태조 앞에서 밝힌다.

'정문(正門)에 대해서 말하오면, 천자와 제후가 그 권세는 비록 다르다 하나, 그 남쪽을 향해 앉아서 정치하는 것은 모두 정(正)을 근본으로 함이니, 대체로 그 이치는 한가지입니다. 고전을 상고한다면 천자의 문을 단문(端門)이라 하니, 단(端)이란 바르다(正)는 것입니다. 이제 오문(午門·남쪽문)을 정문(正門)이라 함은 명령과 정교(政敎)가 다 이 문으로부터 나가게 되니, 살펴보고 신실하게 한 뒤에 나가게 되면, 참소하는 말이 돌지 못하고, 속여서 꾸미는 말이 의탁할 곳이 없을 것이며, 임금께 아뢰는 것과 명령을 받드는 것이 반드시 이 문으로 들어와 윤하하신 뒤에 들이시면, 사특한 일이 나올 수 없고 공로를 상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을 닫아서 이상한 말과 기이하고 사특한 백성을 끊게 하시고, 열어서 사방의 어진 이를 오도록 하는 것이 정(正)의 큰 것입니다.'

정문이 광화문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세종 때다. 세종 8년(1426년) 10월 26일. 정도전이 지은 이름이 있었지만, 세종은 집현전에 명해 경복궁 각 문과 다리의 이름을 다시 정했다.

'집현전 수찬에게 명하여 경복궁 각 문과 다리의 이름을 정하게 하니, 근정전 앞 둘째 문을 홍례(弘禮), 세 번째 문을 '광화'(光化)라 하고, 근정전 동랑 협문을 일화(日華) 서쪽 문을 월화(月華)라 하고, 궁성 동쪽을 건춘(建春), 서쪽을 영추(迎秋)라 하고, 근정문 앞 석교(돌다리)를 영제(永濟)라 하였다.'

광화문은 양반들의 문이었다. 궁궐의 정문이라는 상징성이 있는데다, 좌우에는 조선의 관청들이 줄지어 있어 백성들이 감히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광화문은 조선의 표준시 역할도 했다. 광화문에 종과 북을 달아 임금의 거동을 알리고, 백성들에게도 일하고 마칠 시간을 알렸다.

'다락 3간이 상·하층으로 있었다. 다락 위에 종과 북을 달 새벽과 저녁을 알리게 하고 중엄을 경계했으며, 문 남쪽 좌우에는 의정부(議政府)·삼군부(三軍府)·육조(六曹)·사헌부(司憲府) 등 각사 공청이 벌여 있었다.'(태조 4년(1395년) 9월29일 경신 6번째 기사)

세종이 정문(正門)을 광화문으로 개명한 이유에 대해 조선왕조실록 등 사료에 남아 있지는 않다. 몇가지 설이 대두된다. 태평성대를 뜻하는 광청화일(光天化日)을 줄인 말이라는 설과 중국 고전 '서경'에 나오는 광피사표(光被四表)에서 따온 설이 유력하다.

박대종의 어원 이야기(데일리한국·2012년 2월23일)에 따르면 광피는 본래 빛이 넓게 미친다는 뜻이다. 임금의 덕이 널리 미치게 된다는 뜻도 가진다. 광(光)은 빛이라는 뜻 외에 '덕'(德)이라는 의미도 들어 있다. 즉, '광화=덕화'다. 중국 남북조시대 위수가 편찬한 '위서'(魏書·551~559) 함양왕희전에 덕화의 의미로 쓰인 '광화'가 나온다. 왕희는 왕에게 "폐하의 성스러움은 요순보다 더 뛰어나 중원을 광화하셨습니다(성과요순 광화중원·聖過堯舜 光化中原)"라고 대답한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일제강점기 시절인 1916년경 촬영된 광화문의 모습. <자료=문화재청> 2020.08.20 fair77@newspim.com

남쪽을 바라보는 광화문은 임금의 덕을 만방에 떨치는 덕화문이라는 해석이다. 남쪽은 정면이라는 의미와 같다. 경복궁에서 조선임금들은 '앞=남쪽'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아 정사를 펼쳤다. 남쪽 정문은 백성들을 향해 정사를 펼치는 문이었다. 따라서 광화문은 왕이 덕행으로 백성들을 감화시키는 남쪽 정문이란 뜻을 담아 집현전 학사들이 이름을 지어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광화문은 임금이 백성들에게 직접 알리는 소통의 역할도 맡았다. '조선임금의 대자보'라는 말이다. 세종 11년(1429년) 2월 5일, 사헌부에서 건의한 금령의 조문을 요약해 광화문 밖 등지에 내걸었다. 조문은 모두 43개다. 주요 내용으로는 ▲관청의 조회가 끝날 때 옷을 터는 일 ▲남녀 불문하고 황색 옷을 입는 일 ▲양반 아닌 상인(常人)들이 성내에서 말을 타는 것을 금지했다. 중이 과부집에 출입하는 것도 금지했는데, 당시 승려들이 과부집에 자주 드나들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음을 알수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광화문 담벼락은 임금의 대자보가 아닌 '백성의 대자보'를 붙이는 공간으로 변하기도 한다. 중종 6년(1511년) 4월 17일 어떤 사람이 방문을 광화문 담장에 붙였다.

'김근사·성운·김굉·이빈은 오늘날의 사흉(네명의 흉악한 인물)이다. 근사는 폐주의 행신으로 폐주가 총애하던 기생을 첩으로 삼았으니, 신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성운은 눈을 내려 뜨지 않고 조정을 경멸하며, 부정한 재물로 큰 집을 지었다. 김굉은 본래 그 집안에 음란한 기풍이 크게 행했으니, 두 기생을 첩으로 삼고 방종 음란을 마음대로 한다. 이빈은 상 중에 내를 막아 논을 풀었으니, 이것은 온 나라의 중론이다." 하였다.'

다시 말하면 김근사 등 4명은 중종반정 이후 옛 임금인 연산군의 신하들인데, 새로운 권력에 잘 타고 올라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잘사니 나라 사람들이 비난한다는 내용을 대자보로 붙인 것이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서울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의 야경 모습. <자료=문화재청>2020.08.20 fair77@newspim.com

◆내시가 설계하고 지은 광화문

정도전이 광화문을 비롯한 경복궁 궁궐 배치 등 큰 그림을 그렸다면 실제 광화문을 설계한 인물은 김사행이다. 벼슬이 판내시부사(判內侍府事)다. 내시부의 으뜸 벼슬, 종2품이다. 즉, '환관 대장'이다.

환관이지만 건축에 일가견이 있었다. 고려말 공민왕때부터 조선 태조까지 목숨을 이어가며 권세를 누리다 태종이 일으킨 1차 왕자의 난 당시 목이 잘려 저잣거리에 내걸린다.

고려사 세가 권제43(공민왕 21년-1372년-10월)에서는 김사행이 건축에 자질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양릉을 참배하고 길에서 놀이판을 벌이고 (공민왕이) 궁궐로 돌아왔다. 환관 김사행이 공사 감독을 잘하였으므로 안마(안장을 앉은 말)를 하사했다.'

비록 환관 신분이지만 건축에 보통 재능이 있었던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태종의 입에서 '실제 경복궁 공사 설계와 감독은 김사행이 도맡았다'는 말이 나온다.

태종12년(1412년) 5월 14일. 형조에서 박자청이라는 신하가 이중위라는 인물에 대해 폭행을 저지른 것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이 대목에 김사행의 이름이 언급된다.

태종이 말한다. "태조 때에 있어 무릇 공역(工役)의 일을 환자(宦者·내시) 김사행이 맡았는데, 나라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김사행이 태조를 권하여 공역을 일으켰다고 하였다. 그러나 김사행이 권한 것이 아니고 도성을 창건하는 초기를 당하여 무릇 공역하는 것이 모두 신충(宸衷·임금의 마음, 즉 태조의 뜻)에서 나왔었다."

눈여겨 볼 대목은 김사행이 공역의 일, 즉 경복궁 창건의 일을 맡아 지휘 감독했다는 점을 태종이 직접 말한 것이다. 경복궁의 수많은 전각과 광화문도 김사행의 설계와 감리, 감독에 따라 이뤄졌다.

환관이지만 조선창업을 도와 태조에 의해 공신의 지위도 받는다. 태조 2년(1393년) 7월 27일 경오 1번째 기사다. 태조가 창업에 공이 있는 우인열·김사행·윤상·권중화 등에게 포상토록 교지를 내렸다.

'판내시부사 김사행은 내가 왕위에 오른 초기에 궐내의 제도가 대강 마련되고 갖추어지지 못했는데, 전조(고려) 성시의 궁중 의식을 일일이 들어 지나친 것은 줄이고 모자란 것은 보태어서 내조의 다스림을 장식했으니, 공을 기록할 만하다.'

현재 몇차례 재건축과 보수가 되기는 했지만, 광화문의 웅장한 모습의 기초는 '조선의 내시'가 세운 셈이다. 하지만 김사행은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 건축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1차 왕자의 난 때 태종은 김사행의 목을 베어 삼군부(조선초 군무를 관장하던 관청) 문에 매달게 했다.

고려와 조선을 넘나들며 광화문을 세운 환관은 역적으로 몰려 생을 마감했다. 김사행의 목이 매달린 삼군부는 조선초 육조거리 오른편 맨 앞(현재 정부서울청사 건물)에 위치했다. 자신이 세운 웅장한 광화문을 목이 잘린 채 바라본 애절한 인생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제75주년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자유연대 주최로 문재인 퇴진 8.15 국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2020.08.15 mironj19@newspim.com

◆광화문의 눈물..집회자유에 걸맞는 책임 필요

임진왜란 때 불타 폐허로 남은 경복궁과 함께 광화문은 대원군의 중건까지 278년을 상처입은 채 쓸쓸히 자리를 지켰다.

일제 침탈기에는 조선총독부를 짓기 위해 건춘문 북쪽(현재 국립민속박물관자리)으로 해체 이전되면서 서울 남산의 조선신궁(메이지 일왕 등을 기리는 일본의 신사)을 바라보기 위해 5도 가량 건물 각도까지 틀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6·25 전쟁 당시 포탄을 맞아 완파돼 목조 석루 부분은 사라졌고 석축만 남았다.

1968년 원래 위치로 이전한다고는 했지만 고증을 거치지 않은 채 콘크리트로 복원됐고, 당시 중앙청(조선총독부 건물)에 맞춰 3.75도 가량 틀어졌다.

결국 광화문은 경복궁 복원사업 일환으로 2006년 철거돼 4년만인 2010년 완공되기는 했지만, 문 앞에 있던 월대(궁궐의 정전, 묘단, 향교 등 주요 건물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는 교통체증을 이유로 복원이 미뤄져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광화문이 '집회의 자유 메카'로 자리매김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동안 집회의 성지는 서울시청 앞 광장이었다. 대한민국에 민주화를 가져온 1987년 민주항쟁을 비롯해 한국사의 주요 고비에는 '시청앞 광장'이 있었다.

하지만 2016년 박근혜대통령 탄핵 집회 등을 계기로 광화문 광장은 집회의 메카로 자리 잡는다.

집회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리다. 대한민국 헌법도 제2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든지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알릴 자유는 있다. 다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광복절에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집회는 법원도 허락한만큼 비난받을 권리는 없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점을 고려한 배려가 있어야 했다.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다. 그나마 기운을 차리는가 싶던 식당 등이 다시 침체기미가 뚜렷하고, 사회가 코로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광화문 집회에서 광화문은 죄가 없다. 책임을 저버린 사람들만 죄가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재유행을 보면서 광화문이 흘리는 눈물과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fair7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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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흔든 구글 '터보퀀트'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구글이 공개한 새 기술 '터보퀀트(TurboQuant)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KV(key-value) 캐시를 압축해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 비용과 속도를 동시에 개선한 것이 핵심이다. 다만 비용 하락이 AI 확산을 자극하는 '제번스 역설'이 작동할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I 인포그래픽=서영욱 기자] ◆메모리 6분의 1로…속도까지 끌어올린 '터보퀸트'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지난 24일(현지시간) 공개한 '터보퀀트'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핵심 병목으로 꼽히는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로, 비용과 속도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을 받는다. LLM은 문장을 생성할 때 이전 대화 내용을 'KV 캐시' 형태로 저장해 활용한다. KV 캐시는 모델이 이미 처리한 단어들의 정보를 임시로 저장해두는 일종의 '작업 메모리'로, 같은 계산을 반복하지 않고 다음 문장을 빠르게 생성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이 캐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GPU 메모리를 빠르게 소모한다. 그동안 업계는 연산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해왔지만,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는 메모리 한계가 속도 저하와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터보퀀트는 이 지점을 겨냥한 기술이다. 핵심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을 바꿔 같은 정보를 훨씬 적은 용량으로 담아내는 데 있다. 기존에는 복잡한 수치 데이터를 그대로 저장했다면, 터보퀀트는 이를 '크기(magnitude)와 방향(direction)'으로 단순화해 표현한다. 구조 자체를 바꿔 압축 효율을 끌어올린 셈이다. 여기에 압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최소한의 정보로 보정하는 방식이 더해졌다. 극히 적은 추가 데이터로 오류를 보정해 정확도를 유지하는 구조다. 이 덕분에 기존 압축 기술의 한계였던 성능 저하 문제를 피할 수 있었다. 구글에 따르면 터보퀀트를 적용하면 KV 캐시 메모리를 최대 6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저장 용량도 기존 16~32비트에서 약 3비트 수준까지 낮아진다. 메모리 사용량이 줄어들면서 연산 속도도 함께 개선돼, 일부 환경에서는 최대 8배까지 처리 속도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별도의 재학습 없이 기존 모델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메모리주 급락에도…"수요 감소는 과도한 우려"터보퀀트가 공개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메모리 사용 효율이 크게 개선될 경우 향후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면서 메모리 관련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증시에서는 마이크론을 비롯한 메모리 업체 주가가 급락했고,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다만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를 구조적 수요 감소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터보퀀트가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개별 AI 모델 단위의 효율 개선일 뿐 전체 수요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비용 절감을 통해 AI 서비스 확산을 가속화할 경우 전체 메모리 수요는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성능 메모리는 단순 저장 용량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대역폭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터보퀀트와 직접적인 대체 관계에 있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메모리 효율화 흐름과는 별개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HBM4, HBM4E 메모리를 보고 있다. [사진=뉴스핌DB] ◆효율 높일수록 수요 늘어…'제번스 역설' 재현할 수도효율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제번스의 역설'이다. 기술 발전으로 비용이 낮아지면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결과적으로 전체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 산업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1990년대 인터넷 확산 초기에는 이메일과 디지털 문서 도입으로 종이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실제로는 PC와 프린터 보급, 웹 문서 출력 증가가 맞물리며 오히려 종이 사용량이 급증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효율 개선이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전체 수요를 확대시키는 '리바운드 효과'의 대표 사례로 보고 있다. AI 역시 유사한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사례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저비용·고효율 AI 모델을 내세운 딥시크(DeepSeek) 공개 당시 반도체 업종 주가가 단기 급락했지만, 이후 AI 수요 확대 기대가 반영되며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로 메모리 사용 효율이 개선되더라도 수요 감소로 직결되기보다는 AI 활용 확대를 통한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컨텍스트 윈도우 확대와 AI 에이전트 확산, 온디바이스 AI 성장 등이 맞물리면서 메모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yu@newspim.com 2026-03-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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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수준" 담뱃값 1만원 유력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정부가 담뱃값을 1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술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관리하는 '건강세' 확대 정책으로, 사실상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격 규제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제6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6~2030)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에는 담배 부담금 인상과 함께 주류에 대한 신규 부담금 도입 검토가 포함됐다. 건강 위해 품목 전반에 대한 가격 정책을 강화해 소비를 줄이고 기금 재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서울 영등포 여의도 한 편의점에 진열된 담배. [사진= 이형석 기자] 담배 가격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에 맞춰 인상하는 방향이다. 현재 4500원 수준인 담뱃값은 OECD 평균 약 9800원을 감안하면 1만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 2015년 이후 10년 가까이 가격이 동결된 만큼, 정책 현실화 시 체감 인상폭은 상당할 전망이다. 정부는 가격 인상과 함께 표준 담뱃갑 도입, 가향 물질 금지, 전자담배 광고 제한 등 규제도 병행해 2030년까지 성인 흡연율을 남성 25%, 여성 4%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여기에 음주 규제도 동시에 강화된다. 정부는 온라인 '술방' 등 음주를 조장하는 콘텐츠 환경을 개선하고, 청소년의 주류 접근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주류 광고 규제 역시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단순한 캠페인 수준을 넘어 가격·유통·노출 전반을 묶는 구조적 규제로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류에 건강증진부담금을 새로 부과할 경우 담배에 이어 술까지 '건강세' 체계에 포함되는 구조가 된다. 현재 건강증진부담금은 담배(20개비당 841원)에만 적용되고 있어 제도 확장 시 세제 체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가격 인상은 소비 감소 유도뿐 아니라 기금 확충이라는 재정적 목적도 동시에 갖는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2030년 건강수명 73.3세 목표를 유지하면서 소득 간 건강 격차를 7.6세 이하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건강수명이 다시 60대 후반으로 떨어지고, 기대수명과의 격차가 확대되는 등 지표가 악화된 점도 정책 추진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만 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류 가격까지 오를 경우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흡연·음주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역진성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소비 위축과 함께 유통시장 변화, 편의점·외식업계 매출 영향 등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번 정책은 건강 증진과 재정 확보라는 명분과 생활물가 상승 부담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hkj77@newspim.com 2026-03-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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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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