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웹툰 작가 기안84가 여혐 논란에 이어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호흡을 맞춘 전현무와 마마무 화사의 이미지를 빌려 자신의 웹툰 속에 등장시켰다. 하지만 부절적한 내용으로 인해 또 다시 지적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 전헌무·지화사로 등장한 '나 혼자 산다' 멤버들…배경은 '유흥업소'
지난 7일 공개된 기안84 웹툰 '회춘' 37회에서는 '물망초'라는 유흥업소에 전헌무가 방문한 내용이 그려졌다. 작중에서 전헌무는 한 여성에게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드냐"고 묻고, 여성은 "나 찾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인기가 좀 많다"고 답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웹툰 복학왕 작가 기안84 2019.03.20 kilroy023@newspim.com |
전헌무는 주인공 현무에게 "인사해라. 이쪽은 지화사"라며 해당 여성을 소개했다. 이어 화사에게 "오빠가 돈 벌어서 여기 일 관두게 해주겠다. 밖에서 떳떳하게 만나자"고 제안하자, 화사는 "나랑 만나고 싶느냐. 그럼 100억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기안84가 실제 인물과 비슷한 이름의 캐릭터를 웹툰에 부적절하게 등장시켜, 전현무와 화사에게 피해를 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을 유사한 이름으로 캐릭터화하면서 '유흥업소' 등의 부적절한 이미지를 덧씌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전현무, 화사와 인연을 맺은 만큼, 그들과 그의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라는 비판이 더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웹툰 댓글창을 통해 "캐릭터의 서사를 푸는 과정에서 업소에서 일했다는 배경이 정말 필요하다면 충분히 쓸 수 있지 근데 지인이자 동료의 이름을 가져온 캐릭터면 상황이 좀 다르지 않느냐"며 일침을 가했다.
'회춘'에는 화사, 전헌무 뿐만 아니라, 나래와 성훈, 그리고 핸리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는 모두 '나 혼자 산다'에서 인연을 맺은 동료들의 이름이다. 방송을 통해 서로에 대한 우애를 드러냈지만, 웹툰에서는 이번 사태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나혼자산다'에서 인연을 맺은 화사이 이름을 빌린 장면 [사진=웹툰 '회춘' 캡처] 2020.08.14 alice09@newspim.com |
◆ 여성혐오 논란에 결국 사과…"개그로 풍자하려 했던 것"
기안84의 웹툰 논란은 '회춘'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의 기안84을 알린 대표 웹툰 '복학왕'도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4일 공개된 303화 '광어인간' 1, 2화에서는 여자 주인공 봉지은이 우기명이 다니는 기안그룹 인턴으로 들어가는 내용이 그려졌다.
작중 속 봉지은은 회사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계속되는 실수로 인해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봉지은은 자신만의 생존 전략으로 '애교'를 택하며 회식 도중 의자에 누워 조개를 배에 얹고 깨부수기 시작했다.
이를 본 40대 노총각 팀장은 이에 반해 봉지은을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이를 본 독자들은 여성 직원이 남성과 성관계를 통해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해당 전개는 여성을 비하하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웹툰 말미에는 봉지은과 팀장이 연인 관계로 발전했으며, 두 사람이 잠자리를 가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의 대사가 나오면서 여성 비하 및 혐오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기안84는 '광어인간' 2화 말미에 "작품에서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기안84가 게재한 사과문 [사진=웹툰 '복학왕' 캡처] 2020.08.14 alice09@newspim.com |
이어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안84는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끼고 봉지은이 물에 떠 있는 수달로 겹쳐지게 표현해보고자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 또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안84의 공식적인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모양새다. 기안84의 혐오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7년 '복학왕' 141화 '전설의 디자이너' 편에서 "누나는 늙어서 맛 없어"라고 말하는 장면을 넣어 뭇매를 맞았다. 또 지난해에는 청각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게 공식 항의를 받기도 했다.
계속되는 웹툰 내 여성 혐오 논란과 '나혼자산다' 멤버 이름을 부적절한 상황에 사용해 논쟁을 만든 만큼, 기안84가 추후 어떤 웹툰으로 다시 구독자들의 마음을 돌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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