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아버지에 이어 '유죄'…아버지는 징역 3년 확정
재판부 "성적 상승 매우 이례적…소년법 적용 안되면 실형"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교무부장으로 재직 중인 아버지로부터 내신고사 문제를 미리 입수해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숙명여고 쌍둥이'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현모 양들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앞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된 아버지 현 씨에 대한 법원 판결을 인용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 2018.09.05. sunjay@newspim.com |
특히 △정기고사 일부 문제지에 작은 글씨로 '깨알 정답'을 적은 사실 △영어 과목의 6페이지에 있는 서술형 문제 정답을 문제지 첫 페이지에 기재한 사실 △시험 3일 전 영어 과목의 서술형 문제 답안 문장을 주어를 생략한 채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은 사실 △수기 메모장 및 포스트잇에 정답을 미리 적은 사실 △정답이 정정된 경우 정정 전의 정답을 쓴 사례가 유달리 잦고 피고인들이 동일한 정답을 선택한 사실 △수학 및 과학 과목 시험에서 중간풀이를 생략한 채 정답을 맞춘 점 등 간접 증거를 모두 유죄 증거로 인정했다.
그동안 이들 쌍둥이는 "애초부터 성적이 하위권이 아니었고, 남다른 열정과 노력으로 성적향상을 이뤄낸 것일 뿐 결코 유출된 답안을 가지고 정기고사를 치르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울 소재 10개 여고에 최근 3년간 성적 급상승한 재학생 사례를 조회한 결과 분명히 이같은 급상승 사례가 존재하긴 하지만 매우 이례적이고, 피고인들 사례는 그 중에서도 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으로 학생들 간의 공정한 경쟁 기회가 박탈되고 시험 성적 처리 업무가 방해된 것은 물론이고, 공교육에 대한 다수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는 등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음에도 여전히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업무방해죄의 일반 양형기준상 피고인들은 소년만 아니라면 징역 1년 이상 징역 3년6월 이하에 처하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범행 당시 만 15세 내지 16세의 미성년자였고 현재에도 소년법 제2조에서 정한 소년으로서 인격이 형성돼 가는 과정에 있다"며 "범행 전력이 없는 소년인 점, 피고인들의 아버지는 관련 사건에서 징역 3년의 무거운 형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고 피고인들이 이 사건으로 인해 퇴학 처분을 당한 점 등 모든 사정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전 교무부장 현 모씨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4.09 pangbin@newspim.com |
이 사건은 서울 강남구 소재의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던 아버지 현 씨가 자신의 쌍둥이 딸이 숙명여고에 입학한 2017년부터 2018년 1학기까지 총 5차례의 기말·중간고사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사건이다.
이들 자매는 1학년 1학기 당시 전교 59등과 121등에서 2학년 1학기에 문·이과에서 각각 1등으로 성적이 급등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검찰은 아버지 현 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이를 참작해 두 딸들에 대해서는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 소년보호사건이란 죄를 범한 소년이나 우범 소년들을 가정법원 소년부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재판 받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이 이들에 대해 형사처분이 필요하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하면서 결국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변호인은 1심 선고가 끝난 뒤 "(아버지 사건의) 대법원 판결에 따라 도피성으로 판결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항소 여부는 쌍둥이 본인 의사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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