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업계 "시장 커지는 건 좋지만 공정 경쟁 어려울 듯"
금융권 "리스크 관리 등은 건너뛴 은행업…달갑진 않아"
[서울=뉴스핌] 이서영 백지현 기자 = '포털 강자' 네이버가 금융업 진출을 선언하자 금융권 뿐 아니라 핀테크 업체들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대형 정보기술까지 섭렵한 빅테크 기업 네이버가 소상공인과 2030 청년들을 겨냥한 대출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금융권과 핀테크 기업 모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거대 플랫폼에 자영업자와 서민 등 주 고객층을 모두 내어줄 상황이 되어버린 탓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역삼 네이버파트너스퀘어에서 밋업(Meet-Up) 행사를 갖고 주요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네이버파이낸셜] |
◆ 대형 포탈의 금융업 진출…건전성 이슈 건너뛴 '꼼수' 전략 비판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전통 금융권에서는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기업에게만 유리한 환경"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건전성 관리 같은 책임은 피하면서도 '꼼수'를 부려 기존 은행들과 동일한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이유에서다.
A은행 관계자는 "(네이버 대출 상품 출시 소식이) 썩 달갑진 않다. 은행들이 대출 장사를 하기 위해선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예대율뿐 아니라 BIS 자기자본비율,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 비율 등 여러 규제를 지키며 운용해야 하는 반면, 네이버는 이런 것들을 지키지 않고서도 대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불만은 네이버의 금융사업 구조에서 비롯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업 라이선스가 없기 때문에 기존 금융사들과 협업하는 형태로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정작 상품을 운용하는 주체인 금융사는 한발 뒤로 물러나 있고 판매채널에 불과한 네이버가 앞장서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B은행 관계자는 "네이버 대출은 엄연히 제2금융 대출이다. 고객들이 이를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네이버가 지난 6월 미래에셋대우증권과 협업해 만든 CMA 통장도 출시 당시 '네이버 통장'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소비자들이 일반 입출금통장으로 오인하게 했다는 비난을 산 후 결국 명칭을 변경했다.
네이버파이낸셜 CI [제공=네이버] |
◆ 네이버파이낸셜의 SME 공략에 어음중개 핀테크 기업 "반갑지만은 않아"
네이버는 지난달 28일 네이버 서비스 밋업 행사에서 중소상공인(SME)을 대상으로 한 대출 서비스를 연내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네이버 파이낸셜이 신용등급을 평가하면, 미래에셋캐피탈에서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당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자체 개발한 대안 신용평가시스템(ACSS)을 바탕으로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놓인 SME와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를 위한 대출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어음을 중개하거나, 빠른 인출금 서비스 등을 시행하던 핀테크 기업들에게서는 위기감이 감돌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네이버와 핀테크 기업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네이버가 소상공인 대출 시장에 뛰어들면 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측면에서는 좋을 수 있다"면서도 "네이버가 향후 미래에셋캐피털 외에도 여러 핀테크 기업이 대출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승자독식 체제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파이낸셜과 미래에셋캐피털이 지분관계로 엮여 있어 다른 핀테크 기업이 뛰어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들이 지분을 가지지 않는 이상 플랫폼에 편입되기는 어려워보인다"며 "네이버라는 IT 공룡이 금융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경쟁이 활발해져야 건강한 시장인데, 작은 핀테크 기업들이 경쟁할 수 없다면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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