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어린이 혈중 납농도 WHO 우려 기준치보다 높아"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북한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납 중독 상태라고 지적한 보고서가 나왔다. 조사 대상 204개국 가운데 1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과 국제 환경단체 '퓨어 어스'는 지난달 30일 '독성 물질의 진실: 오염과 어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 어린이와 청소년 약 487만5085명이 납에 중독된 것으로 발표했다고 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어린이와 청소년의 평균 혈중 납 농도는 1데시리터(dL)당 6.63마이크로그램(µg)으로 나타났다.
유엔아동기금(UNICEF)와 국제환경단체 '퓨어 어스'가 발간한 '독성 물질의 진실: 오염과 어린이' 보고서. [사진=유니세프/VOA] |
유니세프와 공동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퓨어 어스'의 리처드 풀러 대표는 지난달 3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어린이들의 혈중 납 농도가 국제 우려 기준보다 높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평균 혈중 납 농도가 6.6이라는 것은 북한 어린이 절반 이상의 혈중 납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우려 기준치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풀러 대표는 "각국의 납 중독 현황은 보건계량분석연구소의 자료로 토대로 평가됐지만, 북한은 충분한 자료가 없어서 북한 어린이의 건강 상태와 질병 현황 등에 관한 유엔 자료로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현재 전 세계 어린이의 34%인 약 8억명이 평균 혈중 납 농도가 1데시리터(dL)당 5마이크로그램(µg) 이상이라며, 가장 높은 나라는 아프가니스탄(14.34µg/dL), 나이지리아(12.06µg/dL), 예멘(11.14µg/dL) 순이었다고 전했다.
납 성분 함유 페인트를 사용하거나 유독성 물질을 배출하는 야외 소각장이 많은 저소득국가들에서 혈중 납 농도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국가들에서 차량 숫자가 3배 이상 늘었지만, 차량 전지를 재활용하면서 납 성분이 유출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한 폐배터리를 다루는 불법 작업장에서 나오는 납 성분에 오염된 토양과, 수질, 공기, 납 성분이 들어간 배수관, 화장품과 식품 등이 어린이 납중독을 일으키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혈중 납 농도가 1데시리터(dL)당 5마이크로그램(µg)을 넘으면 즉각적인 의료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혈중 납 농도가 높으면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 뇌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해 신경과 인지, 행동 발달을 저해하고, 성장 후에도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등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풀러 대표는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고"며 납 중독이 심하다는 것은 '두뇌집단'이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똑똑한 사람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성장할 역량을 막게 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북한이 외부로부터 납에 노출되는 환경을 줄이는 것과 관련한 정보 교육과 기술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납 성분을 노출하지 않고도 납을 재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며, 이 같은 정보를 받아들여 북한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