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향해 상승 질주하는 가운데 은 선물이 동반 급등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은 최근월물이 온스당 20달러 선을 뚫고 오르며 4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 시장 전문가들은 두 개 자산의 지속적인 동반 상승을 점치고 있다.
금값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는 가운데 금에 비해 사상 최대 폭으로 할인된 은이 강한 랠리를 연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시내티 예술 박물관의 실버 갤러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2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 초반 은 최근월물이 3.3% 급등하며 온스당 20.5609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16년 8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전날 2.2% 상승하며 4년래 처음으로 온스당 20달러를 뚫고 오른 데 이어 강세 흐름을 지속한 것.
은 선물은 7월 들어서만 8.5% 치솟았고, 3월 저점 이후로는 71%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를 돌파하며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안전자산 수요가 지속, 은값을 끌어올렸다.
뉴욕증시가 IT 섹터를 필두로 강한 랠리를 보이는 한편 주요국 주식시장이 상승 기류를 타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의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경기 향방을 비관하는 투자자들이 금과 은을 쓸어담는 움직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제로금리 정책을 부활시키는 등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완화에 나서면서 채권 수익률이 바닥권으로 떨어진 상황도 금속 원자재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각국의 이른바 슈퍼 부양책에 따른 잠재적인 후폭풍도 금에 이어 은의 상승 랠리에 불을 당겼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양책이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달러화를 포함한 통화 가치를 압박, 금과 은의 투자 매력을 높일 것이라는 의견도 최근 공격적인 '사자'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최근 금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상승한 은의 강세 흐름이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다. 금에 대한 상대적인 저평가를 해소하며 은의 추가 상승 여력이 상당하다는 진단이다.
코메르츠방크는 보고서를 내고 "투자자들 사이에 금보다 은의 인기가 더욱 뜨겁다"며 "대규모 자금이 은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이 최근 단기 급등했지만 지난 수 년간 금에 비해 상대적인 약세를 지속했고, 여전히 금 대비 은의 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벗어나지 못한 만큼 상승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악시코프의 스티븐 아이네스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은이 금속 원자재 상승을 주도하는 양상"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급락한 뒤 상승 반전, 2011년 온스당 50달러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흐름이 재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이 최근 보고서를 내고 은 선물이 온스당 30달러까지 뛸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투자은행(IB) 업계는 강세론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다.
금과 달리 은이 투자 자산 이외에 전자제품과 태양열 패널 등 주요 산업 전반에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은값 향방을 낙관하는 배경이다.
은 선물이 기록적인 상승 흐름을 연출한 사이 관련 광산주도 고공행진했다. 미국 투자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캐나다 광산 업체 알렉스코 리소스와 엔데버 실버 코프, 미국 업체 헤클라 마이닝 등 3개 종목이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편 금값에 대한 월가의 강세 전망도 여전하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금 선물이 온스당 2000달러 선을 뚫고 오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팬데믹 충격의 장기화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와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광산 생산라인 마비, 여기에 초저금리까지 금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상당수라는 설명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