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대기하고, 야근해도 월평균 수입 180만원
최악의 처우,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져…만족도 119구급차 절반 수준
[편집자] 응급환자를 태우고 가던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의 횡포가 알려지면서 국내 응급차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사설 구급차에 대한 개선 요구가 절실해 보입니다. '119 구급차'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 단지 '사설'이란 이유로 불신과 홀대를 받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뉴스핌은 국내 사설구급차 운영 실태와 현장기사의 애환, 개선 방향 등에 대해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사건팀 = "병원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일 떨어지면 바로 나가야 합니다." 사설구급차 업체인 A 응급환자이송단에서 일하는 김모 대원이 황급히 통화를 끊으며 남긴 말이다. 응급전화가 언제 올지 모르는 비상대기 상황이니 약속 시간과 장소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 대원이 응급전화를 못 받으면 환자를 제때 이송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출동하지 못한 김 대원의 월급봉투도 얇아질 수 있다. 환자 이송 건수에 따라 보수도 달라져서다.
◆ 10명 중 7명 계약직·하루 평균 2.8회 출동…야간근무 다반사
사설구급차 대원들은 환자 이송뿐만 아니라 환자 상태 모니터링, 약물 투여량 조절 및 감시 등 다양한 업무를 하지만 근무환경은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시간 대기에 잦은 야간근무까지 하지만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평균 180만원 남짓이다. 출동 건수에 따라 급여 편차가 있으므로 일정 수준 이상 돈을 벌려면 쉬는 시간 없이 일해야 한다는 것이 사설구급차 대원들의 하소연이다.
17일 세계응급의학회 'MAST 프로젝트' 개인 응급의료서비스(private EMS) 연구조사팀이 2019년 사설구급차 업체 관계자 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4명은 구급차가 5대 미만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이 3명 미만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도 100명에 달했다. 대부분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인 소상공인 업체에서 일한다는 얘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특히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10명 중 7명 꼴인 96명은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연봉제로 계약한 경우는 85명(66%)이다. 일당제와 이송 건수 별로 계약한 경우는 각각 24명(19%)과 19명(15%)로 조사됐다.
1인당 한 달 평균 환자 이송 건수는 평균 86회로 집계됐다. 하루에 2.8회 출동하는 셈이다.
비정규직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처지다 보니 야간근무도 부지기수다. 응답자의 절반(55%)은 월평균 야간근무일이 5~9일이라고 답했다. 13명(18%)은 야간근무일이 9~13일이라고 응답했다. 13일이 넘는다고 답한 경우도 35명(27%)에 달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야간근무 수당을 받았다고 답한 경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더욱이 주 52시간 근무시간도 못 지키고 일한다는 응답자도 96명에 달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받는 돈은 월평균 180만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출동 건수에 따라 월별로 편차가 있다고 조사팀은 부연했다. 응답자 절반(51%)은 본인 급여에 만족을 못한다고 했다.
박시은 응급구조학회 정책이사는 "(사설구급차) 업체가 영세해서 본인들의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응급구조사 등도 '갑을' 관계에서 을에 있기 때문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꼬집었다.
◆ 열악한 처우 → 서비스 질 저하로…과당경쟁까지 '죽을 맛'
열악한 처우는 곧 사설구급차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졌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2018년 대국민 응급의료서비스 인지도 및 만족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설구급차 서비스 만족도는 47.4%에 그쳤다. 소방청이 관리하는 119구급차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80.8%의 절반 수준이다.
사설구급차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로는 ▲구급차와 장비 낙후 ▲구급대원 응급 태도 불친절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음 등이 꼽혔다.
사설구급차에 대한 불신은 신뢰도에서도 나타난다. 사설구급차 신뢰도는 55.3%로 119구급차 71.6%에 비해 낮았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18년 대국민 응급의료서비스 인지도 및 만족도 조사 결과보고서 [자료=보건복지부] 2020.07.16 ace@newspim.com |
사설구급차 업체 허가 문턱이 낮은 것도 서비스 질 저하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현행법상 복지부가 제시한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사설구급차 운영 허가를 내준다. '구급차의 기준 및 응급환자이송업의 시설 등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사업자는 자본금을 2억원 이상 갖고 있어야 한다. 특수구급차는 5대 넘게 보유해야 하며 1대당 운전자 2명과 응급구조사 2명을 둬야 한다.
수요·공급을 고려하지 않고 허가를 내준 결과 업체 난립 및 과당경쟁이 발생하고, 이는 지역 간 서비스 불균형을 초래한다. 사설구급차 1대당 인구 비율에 지역별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의 '2018년도 응급의료통계연보'와 행정안전부의 '2018년 주민등록인구 및 세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사설구급차 수는 강원 3.43대, 경북 2.88대, 충북 2.69대, 서울 2.55대, 전남 2.34대, 울산 2.0대, 경남 2.05대 등이다.
반면 충남 1.98대, 전북 1.74대, 대구 1.58대, 부산 1.54대, 광주 1.37대, 경기 1.27대, 인천 0.58대, 대전 0.47대, 세종 0대 등 지역별 차이를 보였다.
모 사설구급차량 업체 대표는 "현재로서는 정부 지원 없이 이송료만 가지고 운영을 해야 한다"며 "대원들 월급을 주고 차량을 유지하면 크게 남는 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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